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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09. 2024

@1007 <감정을 실어야 할 때, 감정을 빼야 할때>

@1007

<감정을 실어야 할 때, 감정을 빼야 할때>     


1.

“합격? 우~~~와 정말 잘 됐다. 축하축하해, 진짜루!!”

전화하기 전부터 기분은 좋았는데, 상대가 저토록 기뻐해 주니 갑자기 열배는 더 행복해진다. 소통을 할 때 진심 어린 축하의 감정을 함께 실어 보내면, 상대방은 예상치 못한 큰 감동을 받는다.     


2.

“그냥 사실만 말해, 자꾸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감정’이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마음 모두 감정에 속하지만, 유독 칭찬에 인색한 우리 정서상 감정이 드러나면 거의 안 좋은 마음이다. 오죽하면 소통을 잘하는 요령으로, 감정을 섞지 말고 담백한 대화를 구사하라는 팁까지 있을까.      


팩트 위주 단순 나열식으로 대화하면, 적어도 큰 사고는 안 친다. 좋은 일에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도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다. 반면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 단어마다 싫은 티를 팍팍 내면, 현장에서 바로 원수지간이 되어 버린다. 분위기 파악 잘 못하거나 삐딱한 마음이 강한 사람은, 무미건조한 대화법이 차라리 안전하다.     


3. 

불편한 멘트일수록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권고사직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팀장은 당연히 마음이 안 좋다. 누가 대신 이 말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일지 생각하면 더더욱 백리 밖으로 도망치고 싶다. 미루다 미루다 어렵사리 겨우 입을 연다. 상대방은 내용 자체도 충격이지만, 팀장님이 퉁명스럽게 말한다고 느끼니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영화 <머니볼>에서 브래드 피트는 프로야구팀 단장이다. 시즌 중 한 선수를 전격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하고, 실무진 피터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한다. 그런 말을 어떻게 꺼낼지 난감해하자, 브래드 피트가 노하우를 알려준다. “그는 프로니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어. 당신은 트레이드 되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냥 끝이야.”     


4. 

감정 섞인 안 좋은 대화는 듣는 사람이 조장하기도 한다. 내가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아무리 덤덤하게 말을 꺼내도, 상대는 자객이 표창을 던진다고 느끼며 적대적으로 나올 수 있다. 낮은 자존감, 피해의식 등이 발동한 결과다. 할 수 없다. 말하는 사람은 내 말의 톤에 신경쓰면서, 동시에 듣는 사람 표정까지도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가 단순 사실조차 악의적인 비난으로 느낀다면, 자연스러운 소통은 이미 물 건너갔다. 팩트는 팩트일 뿐이라고 하소연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위아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엄청 조심해야 한다. 좋을 때는 천정까지 공중부양할 만큼 텐션이 폭발하지만, 나쁠 때는 혼자 삐치고 화내고 북 치고 장구 친다.

     

5.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저 객관적 사실과 감정적 표현을 철저히 분리하기만 하면 된다. 말로 전해야 할 사실을 떠올리고 본인이 먼저 흥분하면 금방 오버하게 된다. ‘해고’라는 말 자체가 섬뜩하고 싫어서, 어쩔 수 없는 회사 사정을 30분 동안 구구절절 설명하는 팀장이 있다. 과연 듣는 입장에서 깊은 배려심을 느끼며 감동할까?     


“환자분 검사 결과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갑상선 유두암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위치상 반쪽만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 편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암이라고 다 같은 암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죽하면 착한 암이라고 부르겠어요. 수술하고 약만 잘 드시면 아무 문제 없어요. 좋아하시는 골프, 테니스 다 하실 수 있구요. 제가 잘 치료해 드릴 테니 염려 놓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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