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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10. 2024

@1008 <생각을 잘 수정하는 사람이 의사결정도~

@1008

<생각을 잘 수정하는 사람이 의사결정도 프로급>     


1.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판단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자료들 살펴보고 무슨 말인지 따져본 뒤에, 플랜 B까지 고려해서 결정하면 되잖아요.”

그 어려운 일을 잘 해내니 당신이 그 자리까지 올라섰다. 다른 사람은 그런 선택과 판단이 당신처럼 쉽지가 않다.      


2.

의사결정은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합리적인 결정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방식이다.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꼼꼼히 분석한다. 의미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탈락된 정보 속에 숨은 노이즈도 무시하면 안 된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니, 변수에 대한 대처법도 함께 고민한다.     


이렇게 판단한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서 따져도 선택의 정당성을 당당히 설명할 수 있다. 단, 시간이 문제다. 이 모든 과정을 확실히 거칠 때까지 3개월 동안 아무 일도 진행이 안된다. 또한 냉정한 논리에만 의존하니, 인간적으로 좋고 싫은 감정을 개입시키기가 어렵다.     


3.

고3 수험생이 1학기 중간고사를 끝냈다. 수능까지 갈 길은 멀지만, 오늘 하루쯤 홀가분하게 놀고 싶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오늘 틀린 문제를 분석하거나 수능 대비 인강을 들어야 맞다. 지금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력밥솥 김을 빼는 휴식이 목적이니,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 보는 편이 낫다. 길게 보더라도 그 쪽이 수능에 더 유리하다.     


합리적인 판단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 두 번째 혼합 스캐닝법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는 입장은 합리주의와 같지만, 뜬금없어 보이는 황당한 부분까지 기꺼이 고려한다는 점에서 더 창의적이다. 감정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전혀 새로운 시각까지 고려한다. 단, 복잡한 그림 속에서 월리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수다. 정반대의 정보들 사이에서 가치판단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4.

혼합 스캐닝법은 하나하나의 조건까지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기 보다, 나아가야 할 목표에만 집중한다. 그 방식이 바로 의학적 판단이다. 의료현장의 선택은 복잡한 의사결정의 대표 사례에 속한다.     


백년만에 소화가 안되어 병원에 갔다. 어제 과식해서 체했나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담당 의사는 심각한 표정이다. 완벽한 답을 얻기 위해 입원부터 시키고, 위 내시경에 MRI까지 총동원한다. “다행히 악성종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결과를 고려할 때 단순 소화불량이니 소화제를 드세요. 진료비는 127만 5천...” 일단 소화제부터 쓰고 지켜보자는 의사를 절대 돌팔이 취급하면 안 된다.     


5.

좋은 선택에는 결정 그 자체의 정확도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변수도 중요하다. 심사숙고도 좋지만 결정의 기회를 놓치면, 아무 판단도 하지 못한 결과가 되어 버린다. 무턱대고 소화제 소화제 소화제... 3개월간 반복하면 무능하다 소리를 듣지만, 며칠만 넘어가면 대부분 의료진은 그 시점에서 ‘혹시?’ 의심을 시작한다.    

  

‘수정’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목표에 집중하면서 작은 선택부터 시작은 하되, 예상과 달리 엉뚱한 쪽으로 이어지면 처음 판단을 깨뜨리고 방향을 튼다. 더 나은 방향으로 다시 계획을 잡으면 된다. 내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며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 합리적인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수가 생겨도 손을 쓰지 못한다.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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