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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11. 2024

@1009 <문해력이 좋아야 타인과 소통도 잘한다>

@1009

<문해력이 좋아야 타인과 소통도 잘한다>     


1.

“아니, 이렇게 문장으로 다 쓰여있는데도 무슨 뜻인 줄 몰랐다구요?”

문해력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 경쟁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어디서나 사고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읽고 그 의미가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르니 더 문제다.     


2.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방법 중에 글자는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한 수단이다. 누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글로 써 놓으면, 상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한번 보고 모르면 또 보고 또또 볼 수 있으니 더 좋다. 읽는 속도가 느려도 별 상관없다.      


글보다 조금 불친절한 방식이 말이다. 순식간에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니, 한번 들을 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듣고도 이해가 안 가서 다시 물으면, 십중팔구 상대는 짜증을 낸다. 몇 번 면박을 당하면 이제 몰라도 그냥 넘어간다. 적당히 끼워 맞추거나 눈치껏 갖다 붙인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불안하고, 나중에 업무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펑크가 난다.     


3.

실전 소통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친절하지 않다. 글로 쓰는 수고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말조차 대충대충 앞뒤가 맞지도 않게 성의 없이 한다. 그저 어떤 상황만 주어진다. 그 속에서 나의 오감과 센스를 총동원하여 여러 사람의 생각을 알아내야 한다.      


이 시점에 저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숨은 맥락까지 알아내야 한다. 어떤 욕구가 숨어있는지 무슨 불만이 있는지,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손짓 발짓 얼굴 표정 하나까지도 모두 소통에 중요한 단서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상황을 해석해 내는 초고난도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4.

이렇게 어려운 최상급 소통을 잘 하려면, 쉬운 문제부터 잘 풀어야 한다. 한 단계 쉬운 과정은 ‘말’이다.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경청에서 시작하여, 의문점을 해결하는 질문으로 이어지면 좋다. 말보다도 쉬운 가장 초급 단계가 바로 글이다.      


상대편 바이어가 갑자기 미팅 시간을 왜 미루었는지, 자신들의 속 사정을 글로 자세히 써서 보내준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업무처리하기 좋은가. 기적적으로 그런 글을 써준다고 한들, 무슨 소리인지 분간도 못하고 엉뚱하게 알아들으면 어떨까. 거저 주어도 못먹는 일만은 피하자.     


5.

문해력은 일단 글자로 이루어진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하다. 나는 소통의 관점으로 볼 때, 읽기가 남의 생각을 읽는 첫 단추가 되므로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해력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결국 나 이외의 남 생각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는 논리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그림과 영상이 이해가 잘 된다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다. 이미지는 직관적이라 한눈에 들어오지만, 구구절절 그 속내를 설명해 주지 않고 소통시간에 비해 정보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럽 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한 성경의 스토리텔링 도구로 제작되었다. 성경을 달달 외운 사람이 아니라면 그 유리창 몇 개만 보고, 방대한 성경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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