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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12. 2024

@1010 <노력의 양보다, 애쓰는 타이밍이 중요할~

@1010

<노력의 양보다, 애쓰는 타이밍이 중요할 수도 있다>     


1.

“오늘 한자시험 50점 밑으로는 틀린 글자 10번씩 써와. 방학 숙제 안 해온 사람은 숙제도 다 해서 가져오고.”

초등학교 시절 방학마다 한자 숙제가 이따만큼 많이 나왔다. 알지도 못하는 한자를 10번씩 써오라고 했다. 개학날 시험을 보고 점수가 안 좋으면 어김없이 새로운 숙제가 추가되었다.     


2.

아이들은 크게 3종류로 나뉘었다. A그룹은 착실하게 숙제를 미리 마친 뒤, 달달 외우며 시험 준비까지 마쳤다. B그룹은 방학 내내 실컷 놀다가 개학 전날 밤을 새워 숙제를 한다. 미리미리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어진 숙제만큼은 어떻게든 완수한다. C그룹은 방학식 때 들고 온 책가방 그대로 매고 개학식에 온다.    

 

당연히 A그룹은 좋은 점수에 칭찬까지 받는다. B그룹은 숙제검사는 겨우 통과했지만, 시험에서는 실력이 들통난다. 틀린 문제 10번씩 쓰느라 꽤 고생을 한다. 내가 그랬다. C그룹은 숙제고 시험이고 모두 백지다. 거의 다 틀리고 숙제도 안 했으니, 사실상 전부 20번씩 써야 한다.     


3.

“너희는 도대체 왜 숙제를 안 해오는 거니?”

한번은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이 C그룹 아이들에게 물으신다. 숙제하기 싫어서 회초리 맞고 몸으로 때우려는 마음까지는 선생님도 이해한다. 하지만 선생님 성격에 끝까지 추격하여 기어이 숙제 끝낸다는 사실 뻔히 알면서,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숙제에 틀린 문제까지 더 할 일이 많아지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A그룹은 C그룹보다 훨씬 노력을 덜했다. 주어진 숙제 10번 쓰기만 제대로 마쳤을 뿐이다. B그룹은 틀린 문제 벌칙까지 노력의 양이 더 늘어나고, C그룹은 거의 두 배나 더 많이 한다. 노력은 C그룹이 압도적으로 많이 했지만 실력은 A그룹을 못 따라간다.     


4.

공부도 때가 있고, 노력에도 알맞은 시기가 있다. 필요한 타이밍에 적절한 에너지를 쏟기만 하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한번 엇박자를 타기 시작하면 나중에 정신 차리고 마음을 잡으려 해도,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최소 2배 더 노력해도 될까 말까다.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다. 좀 억울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면, 내가 게을리 보낸 시간에 붙은 당연한 패널티라고 생각하자. 일이 더 늘었지만 벌칙을 잘 수행하기만 하면, 원상복구할 찬스가 있다는 뜻이다. 그 기회마저 놓치면 영영 만회할 기회는 사라진다.     


5.

세상에 애쓰고 노력하기 좋아하는 그런 별종인 사람은 없다. 노는 게 제일 좋다고 친구들 모여라 하면, 뽀로로 말고도 누구나 환호성을 올린다. 즐겁게 노는 동안 각자의 기본 임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저절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엄마가 칼국수 먹으라고 할 때 바로 안 먹고 버티면, 팅팅 불어서 두 배나 많아진 칼국수를 결국은 싹싹 먹어치워야 한다.     


미리미리 집중하는 사람은 가장 게으른 사람들이다. 미루면 일이 더 늘어나는 이치를 뻔히 알고 있으니,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린다. 사무실 단순노동 3개월치가 밀렸으면 말단 직원 대신 에이스를 시켜야 한다. 특급직원은 워낙 게으르므로 후다닥 해치울 방법을 고민하며, 엑셀로 함수를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사무실 전체가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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