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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18. 2024

@1014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전부라고 착각하면~

@1014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전부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1.

“그 내용은 김대리한테 지난주에 전달했는데, 왜 이대리는 모르고 있나요?”

“아, 그, 저...”

배달사고가 났다. 팀장이 김대리와 이대리에게 업무 분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로 불러 내용을 전달해야 하지만, 김대리와 먼저 이야기 나누면서 이대리 업무까지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잘 전해지리라 생각하고 신경도 안 썼다.     


2.

아뿔싸, 동기생 김대리와 이대리가 서로 원수지간일 줄이야. 언제 무슨 일로 틀어졌는지 사적인 대화 한마디 안 하면서 지낸지 벌써 몇 달이라고 한다. 일부러 이대리에게 전달을 안 했는지 깜빡 잊어버렸는지 알 길은 없다. 아무튼 이 문제는 어떻게든 빨리 해결을 해야겠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가끔씩 둘 사이에 미묘하게 불편한 기류가 흐르며, 사무실 전체 업무에 영향을 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동안은 개인적인 문제가 걸려있는 줄 모르고, 그때그때 처리할 일에 대해서만 급급했다. 한고비 넘어갔다 싶으면 어김없이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그저 우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야 무슨 일인지 분명히 보인다.     


3. 

물리 역학에 Kinematics와 Kinetics라는 용어가 나온다. 물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2가지 내용이다.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모습을 겉으로 관찰하는 방식이 Kinematics다. 이유와 상관없이 겉으로 보이는 동작의 모양새에만 집중한다.      


반면 Kinetics는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주목한다. 가만있던 물체가 움직였으니 분명 어떤 힘이 작용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힘이 어디에 가해졌는지 살펴보고, 실제 움직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하나하나 분석한다. F=ma부터 여러 가지 머리 아픈 물리공식이 총동원된다.     


4.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자면 김대리가 이대리에게 전달할 내용을 빠뜨려 이대리 업무에 펑크가 난 상황이다. 회의실로 두 사람을 불러 김대리가 사과부터 하도록 했다. 김대리가 이대리를 도와 늦어진 업무를 빨리 마무리하도록 조치한다.     


근본적인 역학관계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아무리 팀장이라도 둘 사이 사적인 문제까지 개입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누구든 사사로운 감정으로 공적인 일에 지장을 주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각자 면담을 해보니 화해 가능성은 낮다. 업무분장할 때 둘 사이 협업할 부분은 최대한 배제시키고, 다음 인사이동 시즌을 기다리기로 한다.     


5. 

초보가 프로의 자세를 영상으로 보고 따라하면 꼭 실수를 한다. 이 시점에 오른 팔꿈치가 이렇게 움직였으니, 나도 그렇게 따라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팔꿈치에 힘을 주지만 절대 그 모습이 안 나온다. 겉으로는 팔꿈치 움직임이 보이지만, 정작 힘을 주어야 하는 부분은 발바닥과 하체쪽이다.     


힘을 아무리 주어도 그 부분에는 아무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나무 밑동을 힘껏 걷어차면 충격은 몸통이 받지만 꿈쩍도 않고, 잔가지의 이파리 몇개만 흔들거린다.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급급하면, 결코 근본 원인을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끝없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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