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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22. 2024

@1016 <소통의 기본은 간단하다, 누가 말하면~

@1016

<소통의 기본은 간단하다, 누가 말하면 대꾸부터 잘하자>     


1.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아무 말도 없어?”

/“아니야 무시한 적 없어, 너의 오해야. 그냥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

대화의 기본을 배우지 못하면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한다. 눈앞의 존재가 사람인지, 모니터 안의 등장인물인지 헷갈리는 듯하다.     


2.

문해력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인간 자체에 대한 예의 문제다. 미디어와 동영상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와 인강에 빠져든 사람은 일방적인 정보 수용에만 익숙하다. 화면 속 인물에게 말을 걸 수는 없으니 들리는 대로 묵묵히 듣기만 한다.      


그런 습관이 몸에 젖어들고 나면 이제 사람을 만나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른다. 누군가 내 손에 마우스와 키보드를 쥐여주고, 눈앞에는 거대한 화면이 나타나면 좋겠다. 타이핑과 클릭은 자신 있지만 상대방과 대화하며 직접 반응하려니 너무 어렵다.     


3.

그렇게 벌어지는 문제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묵묵부답이다. 말을 건네도 도무지 대꾸를 하지 않는다. 말 꺼낸 사람이 머쓱할 지경이다.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점점 울화통이 치민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은지, 대놓고 무시한다는 기분까지 든다.     


참다 못해 버럭 화를 내면 상대방이 오히려 깜짝 놀란다. 갑자기 왜 급발진이냐며 오히려 분노조절장애 운운한다. 지금 자신이 무슨 행동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모른다. 말한 사람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하나 일일이 짚어주면, 그제야 자기변명을 시작한다.     


4. 

변명의 흔한 레퍼토리가 몇 가지 있다. 

“나는 네가 하는 말 열심히 잘 듣고 있었어.”

“네가 말을 하길래 나는 그냥 들었을 뿐인데?”

“네 말이 다 맞으니 내가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었어.”

“내가 잘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눈 내리깔고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본인이 원하는 대화거리는 참여하고 관심없는 주제는 듣는둥 마는둥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집중하고 있으니 할말 계속하라고 한다. 상대방 말에 대한 선택권을 손에 쥐고서 대꾸를 할지 말지 자신이 결정하려고 한다. 같은 행동을 하는 동료끼리라면 몰라도 제 3자에게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5.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대화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고 느끼면 일단 응답속도부터 체크해 보라. 컴퓨터 전원 버튼 누른 뒤 부팅에만 3분이 넘어가면, 제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도 화가 난다. 별생각 없이 침묵을 지켰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상대가 공을 넘겨도 내가 받아치지 않으니 탁구공은 다시 네트를 넘어가지 못한다.      


한번 물을 때 대답을 시원하게 하지 않으면 여러 번 다시 물어야 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여 묻는 입장에서는 무슨 무슨 훈련시키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얼마나 나를 안 중요하게 생각하면 저런 행동을 함부로 할까 싶어 더 화가 난다. 동의하든 말든 마음에 들든 말든 상대가 말하면 대꾸부터 하자. 사람끼리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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