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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23. 2024

@1017 <공부머리 따로, 일머리 따로>

@1017

<공부머리 따로, 일머리 따로>      


1.

“어휴, 고생 많았어. 어서 와.”

특목고 다니며 공부 잘해서 미국 명문대로 직행한 어느 집 자녀가 오랜만에 귀국했다. 한참만에 집에 온 김에 설거지 한번 시켰다가 부모가 기겁한다. 씻은 그릇과 컵을 그릇 받침대에 하늘 방향으로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바닥마다 물기가 찰랑거린다.     


2.

“그릇을 씻었으면 거꾸로 뒤집어 놓아야 물기가 빠지잖아. 이렇게 놓으면 어떡해?”

/“아니, 언제 나한테 설거지하는 법 가르쳐 준 있어?”

놀라운 점은 이 스토리가 가상의 창작이 아닌 실화라는 사실이다. 배운 적이 없어서 모르는 내용일 뿐인데, 왜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추궁하느냐며 따진다.     


부모 입장은 이렇다. 사람이 살면서 알아야 할 모든 지식을 학교 수업과 가정교육만으로 전부 배울 수는 없다. 자신이 처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미리 배워서 터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상식과 임기응변, 눈치와 판단력으로 순발력 있게 해결한다. 우리 자녀는 공부도 잘했으니 남들보다 더 잘해낼 줄 알았다.      


3. 

‘일머리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정도는 알아서 대처할 줄 알았지만 전혀 엉뚱한 행동을 했을 때 주로 쓴다. 첫 번째, 새로운 지식을 빨리 익히지 못하는 유형이 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도 알고 있던 지식 외의 새로운 정보는 빨리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확실히 알게 될 때까지 계속 물으며 반복하면 좋다.     


두 번째는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유형이다. 필요한 지식은 모두 알고 있지만 지금 눈앞에 닥친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 한다. 그만큼 경력을 쌓았으면 실전 경험이 부족한 상태도 아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키우면 좋다.     


4.

세 번째, 창의성이 부족한 유형이 있다. 급히 기획안 인쇄하다 종이가 떨어져 탕비실에 보내면, “탕비실에 A4 재고가 없는데요.” 한다. 답답한 마음을 꾹 참고 영업 3팀 가서 빌려오라고 하면, “그 팀에도 없다는 데요.” 영업 2팀, 1팀은 가볼 생각을 못 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대신 일의 맥락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네 번째, 분석력이 부족한 유형이 있다. 결과값을 받아들면 이 데이터가 무슨 의미인지 여러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내용에만 집착한다. 1사분기 매출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하면 직전 분기나 전년도 같은 분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호기심을 가지면 좋다.      


5. 

다섯 번째, 기억력이 부족한 유형이 있다. 자꾸 까먹는다. 분명 들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내용대로 대충 일 처리 하면 꼭 사고를 친다. 철저하게 메모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스펙은 일을 잘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불과하다. 그 동안 스펙 만드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며 오만하게 굴면 안 된다. 현장에서는 그 사람의 스펙이 높든 낮든 별 상관이 없다. 누구라도 지금 해야 할 일을 빨리 제대로 해내길 바랄 뿐이다. 일머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위의 다섯 가지 관점을 위주로 하나하나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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