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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24. 2024

@1018 <방정리 책상정리가 업무력의 기본>

@1018

<방정리 책상정리가 업무력의 기본>     


1.

“설거지 거리가 한 다발이네, 한 끼 먹으면 설거지 또 먹으면 또 설거지.”

매끼 챙겨 먹기도 힘들지만 그 뒤처리도 결코 만만치 않다. 어디 밥 먹는 일뿐이랴. 특별한 이벤트 없이 방에서 며칠을 지내기만 해도, 어느새 한구석에는 벗은 옷이 쌓이고 책상 위는 도깨비시장이다.     


2.

어떤 일이든 그냥 내버려 두면 점점 무질서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 유명한 열역학 제2법칙이 이 현상을 정확히 설명한다. 외부의 개입이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은 항상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방 한구석에 모기향을 피우면 공기를 타고 방 전체에 연기가 퍼진다. 한번 흩어진 연기는 원래 자리에 다시 모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엉망진창 초토화되지 않고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헝클어지며 무질서해지는 그 상황을 내버려 두지 않고, 누군가 공들여 바로잡고 있다는 뜻이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책상 위에 과자봉지, 과일 먹은 그릇, 빈 콜라캔이 뒹굴지만 학교만 갔다 오면 말끔해져 있다. 어느새 우렁이 엄마가 다녀갔다.     


3. 

열역학 제2법칙에서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포인트가 있다.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말은 처음 한 곳에 모여있던 에너지가 여기저기 흩어진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에너지의 유용성이 낮아진다고 표현한다.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할수록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실제 업무환경에 연결시키면 어떤 상황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한 사무실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작년 A제품 재고 분석을 하려고 할 때 지역별로 담당자가 모두 다르다. 또한 분기별 재고관리를 각각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다. 1년 자료를 모으려면 무려 19명을 만나 관련 자료를 받아야 한다.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4. 

방 정리가 안된 학생은 시험 전날 마음먹고 공부하려 해도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간다. 당일치기로 내일 시험 보는 수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업시간에 꼭 나온다고 찍어주신 내용을 프린트에 별표 한 기억이 난다. 그 자료가 어디있더라? 한참 뒤지던 중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발견한다. 5분만 읽어야지 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다.     


엄마 눈에는 시험 전날까지도 정신 못 차린 자세로만 보인다. 실은 정리 정돈의 문제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도 자료만 과목별로 잘 분류해 두었으면 당일치기를 꽤 잘할 수 있었다. 조금 귀찮고 번거로워서 아무 곳에나 마구 던져놓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때는 찾기가 어렵다.      


5. 

방 정리 책상 정리를 하는 일은 엄청나게 대단한 미션이다. 무려 온 우주를 관통하는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를 내 힘으로 바로잡는 위대한 행동이다. 잠자고 침대에서 일어난 뒤 바로 뒤돌아 이불보를 가지런히 정돈하는 일조차 너무너무 하기 싫으니 말이다.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물리법칙 자체가 그 원리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주위 엔트로피를 낮추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정보를 한데 모으고 체계화하자. 데이터를 같은 종류끼리 모으고 분류한 뒤 태그를 달아놓으면 찾아보기 쉽다. 의사소통 과정을 쉽게 하자. 용돈은 엄마, 건강은 아빠를 주책임자로 정해놓으면 혼란스럽지 않다. 일정표와 계획표를 만들어 붙여보자. 자투리 시간이나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타이트하게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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