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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25. 2024

@1019 <‘그런데’ 라는 말은 가급적 안 쓰는~

@1019

<‘그런데’ 라는 말은 가급적 안 쓰는 편이 낫다>     


1.

“네 생각은 잘 알겠어.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상대방 표정이 굳어지며 바짝 긴장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싶어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제 겨우 첫마디를 꺼냈을 뿐이고 그리 대단한 코멘트를 날리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험악해졌을까.     


2.

바로 ‘그런데’ 그 단어 하나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꼭 중간에 시꺼먼 화면으로 바뀌면서 ‘그. 런. 데...!’ 대문짝만한 자막이 나온다. 지금까지 여러 재현 배우들이 연기한 화기애애한 가족 이야기가 섬뜩한 공포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 프로그램처럼 진짜 반전 스토리로 전환할 생각이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상대의 말에 꼬투리를 잡거나 반대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 별 뜻 없이 습관적으로 ‘근데’, ‘그런데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언어습관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쓸데없이 대화 분위기만 해친다.     


3.

글이든 말이든 단락을 시작하는 첫 단어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긴 내용이 어떤 굵직 굵직한 메시지들로 주욱 이어지는지 파악하려면 접속사부터 빨리 찾으면 좋다. ‘한마디로’ 하고 시작하면 요약하려나 보다, ‘쉽게 말하자면’하며 풀어서 설명 하겠구나, 미리 힌트를 얻으며 편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좇아간다.     


말과 글에 능숙한 사람은 본인이 전하려는 메시지 앞에 여러 종류의 도입부 표현을 잘 쓴다. 전체 문맥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연결시켜 주니, 듣는 입장에서 구태여 머리 써가며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마다 문해력 수준은 천차만별이니 메시지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깜빡이를 켜주면 아주 고맙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쓰지 말아야 할 접속 표현이 있다. 바로 ‘그런데’와 ‘그러나’다. 이들은 그 직전의 말을 반박하겠다며 대놓고 선전포고 하는 말이다. 네 말이 틀렸으니 이제부터 내가 조목조목 따져가며 채점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는 셈이다. 상대는 졸지에 오디션 현장 무대 위에서 심사평을 듣는 신세로 전락한다. 무척 기분이 나쁘다.      


설사 상대 의견에 동의할 수 없어서 반박하고 싶다 해도 저런 접속사는 쓰지 말자. 가뜩이나 공격적인 문장을 꺼내려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상대를 더 궁지에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 “좋은 의견이야, 한마디만 덧붙여도 될까?”, “그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어. 이런 경우에는 말이야...” 얼마든지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며 말랑말랑하게 말할 수 있다.     


5.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남과 소통하는 일상의 과정 속에 구태여 180도 방향을 틀어 반박할 필요가 있을까. 법정이나 경찰서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분위기 좋게 잘 흘러가도록 그냥 내버려두자.     


남의 말에 전부 오케이 찬성만 할 필요도 없지만, 구태여 따박따박 반대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내 생각과 좀 다르더라도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인정하고 내버려 두면 된다. 내가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해서 상대가 얼른 그 말을 받아들여 생각을 바꿀 리도 없다. 그런 방식의 대화가 통할 상대는 처음부터 본인 의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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