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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26. 2024

@1020 <‘대충 철저히’ 할 줄 알아야 일을 잘~

@1020

<‘대충 철저히’ 할 줄 알아야 일을 잘 한다>     


1.

“오늘 저녁 점호에는 청소 검사까지 할 테니 알아서 준비하도록.”

군대에서는 매일 밤 인원체크 점호에 간간이 청소 검사까지 한다. 간부에 따라 다르지만 준비 시간을 그리 넉넉하게 주지 않으니 갑자기 내무반을 들었다 놓으며 대소동을 벌인다.     


2.

A내무반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언제나 청소상태 불량으로 단체 기합을 받는다. 하도 걸리니 짜증이 나서 바닥에 치약까지 풀어가며 박박 닦았지만 오늘도 예외는 없다. 반면 B내무반은 항상 프리 패스다. 그리 열심히 움직이지도 않는 듯한데 검열에는 절대 안 걸린다.     


“다들 청소하자, 대충 적당히 하되 철저히 잘 해야 돼. 알겠지?”

비결은 ‘대충 철저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군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충’은 형식적으로 하라는 말이고 ‘철저히’는 완벽하게 하라는 뜻인데 그 심오한 속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3.

검사하는 간부별로 특성이 있다. 누구는 창틀 난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누구는 TV 위에 놓인 화분을 들어낸 뒤 그 바닥을 살핀다. 오늘 당직사관이 누구 인지에 따라 눈치껏 움직여야 짧은 시간 내에 승산이 있다. 핵심부분은 철저히 해야 하고 대세에 지장 없는 맨바닥은 적당히 물기만 발라 놓아도 충분하다.     


A내무반은 이런 눈치가 없다. 눈에 잘 보이는 곳만 쓸고 닦으며 열심히 신경 쓴다. 시간이 모자랄 수 밖에 없으니 구석구석 빈틈까지 챙길 여력은 없다. 설마 저런 구석까지 살필까 싶은 곳은 그냥 넘어간다. 당직사관도 엄연히 군 생활 거친 사람인데 그런 상황을 모르겠는가. 큼지막한 곳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는다. 몇군데 킬링포인트만 살펴봐도 충분하다.     


4.

검열 대상이 아닌 곳은 ‘대충’이고, 체크포인트는 ‘철저히’다. 대충 해야 할 부분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 철저히 해야 할 부분에 집중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도 결국 같은 뜻이다. 어디를 대충하고 어디를 철저히 해야 할지 잘 선택하여 대처하라는 의미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서 생긴다. 일 못하는 사람은 대충 해도 되는 부분에 꼭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철저히 해야 할 곳은 건성으로 지나친다. ‘대충 지대’는 처음부터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으므로 아무리 공을 들인다 한들 별 성과가 없다. 반면 ‘철저히 구역’은 조금만 부실해도 큰 타격을 입는다. 두 번 세 번 계속 챙겨도 부족하다.     


5.

막연히 눈치가 있고 없고 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전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맥락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 큰 흐름에 영향을 주는 맥점에 ‘철저히’ 라벨을 붙이고, 영향력이 크지 않은 사소한 부분에 ‘대충’ 태그를 달 수 있어야 한다.     


갑자기 300페이지 책 한 권을 던져주고 15분 뒤에 시험을 본다고 가정해 보자. A학생은 투덜거리며 맨 앞 25페이지 겨우 읽고 시험을 본다. B학생은 머리말과 목차부터 꼼꼼히 읽고, 중요 챕터 3개만 골라 키워드 중심으로 휙휙 읽어나간다. 실제로 책을 볼 때 이런 식으로 핵심찾기 훈련을 자주 하면 큰 도움이 된다. 15분간 골격을 잡고 30분 살을 붙이며, 30분 동안 예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충 철저히’ 읽으면 큰 실수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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