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13. 2024

@1032<일 잘하는 능력자가 좌절하는 순서>

@1032

<일 잘하는 능력자가 좌절하는 순서>     


1.

“김사원 연락 좀 해 보세요. 계속 전화 안 받아요?”

사무실에 난리가 났다. 16년 근속 중이던 김사원이 퇴사하자마자 전화통에 불이 난다.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몰려와 다들 아우성을 치고 있다. 김사원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다.     


2.

하루 전으로 돌아가 보자. 소심한 성격의 김사원은 겉으로 별 내색도 하지 않고 이 일 저 일 묵묵히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얼마 전 퇴사한 직원 자리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 불을 질렀다. 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고 김사원이 교육까지 맡아야 하는데 급여는 김사원과 별 차이가 안 난다.     


김사원이 근무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님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그때라도 대표가 정신을 차렸으면 잘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다. “새로 들어온 이사원이 아직 일이 서투르니까 잘 챙겨주세요. 김사원은 일할 때 여유시간이 많으니 이 업무까지 더 맡아 주시구요.”     


3.

일 잘하는 사람은 절대 바쁜 티를 내지 않는다. 비슷한 종류의 일을 모아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기한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손을 써 놓는다. 매월 25일 다른 부서에서 협조전 들고 들이닥치기 전 필요한 작업을 미리 다 해놓고 기다린다.      


주인이 자리 비워도 한 눈 팔지 않는 알바생은 그런 성실성을 알아볼 줄 아는 현명한 오너 밑에서만 일한다. 어리석은 오너는 실무자가 큰일 생기지 않게 미리미리 일을 잘하면 업무력을 높이 평가하는 대신 일이 적다고 판단한다. 일을 잘하면 월급을 더 주어야 하는데 보통 일을 더 준다.     


4.

“김사원, 제발 다시 돌아와 주세요. 월급 얼마로 올려드릴게요.”

마지막 그 멘트는 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했다. 이제 와서 그런 말 하면 “어이쿠, 감.사.합.니.다...!” 할 줄 알았는가. 상대방 자존심만 한 번 더 무너뜨릴 뿐이다. 이미 버스는 떠났다.     


겉보기에 평화로우니 김사원이 아니라 누구를 앉혀도 별문제 없을 줄 알았다. 정작 김사원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매월 25일이 되기 전 무슨 무슨 서류 준비하셔야 하구요, 고객 클레임 전화는 이렇게 이렇게...” 그 주옥같은 마지막 노하우라도 잘 받아 적었더라면.     


5.

일을 잘하면 티가 안 나고 일 처리에 문제가 생겨야 티가 난다. 그제야 그 사람 능력을 깨닫는다. 김사원이 일당백 군소리 없이 맡아 온 수많은 일들 하나하나가 줄줄이 대형사고로 터진다. 어쩔 수 없이 새로 들어온 이사원에게 그 일들을 빨리 수습해 보라고 지시한다. “제가요? 왜요?” 이사원은 어이없어하며 빠이빠이 떠나간다.

     

수익구조 개선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수익은 늘리고 비용은 줄일수록 좋다. 그 와중에 꼭 써야 할 핵심인력에 대한 비용마저 함부로 손대니 문제가 생긴다. 욕심이 과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많은 것을 찾아 새로운 사람 찾아 멀리서만 헤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1031 <일 잘하는 사람은 행동이 빠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