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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14. 2024

@1033 <한 번 퇴사한 사람이 또 퇴사하기 쉬운~

@1033

<한 번 퇴사한 사람이 또 퇴사하기 쉬운 이유>     


1.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어... 그... 저... MBTI를 말하면 되나요?”

도대체 MBTI가 뭐길래 나를 처음 규정짓는 자기소개의 중책까지 함부로 맡기는지 모르겠다. 허술한 행동 패턴 4가지 만으로 자신을 다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전적으로 본인 잘못이다.     


2.

대학교 개강 후 또는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어김없이 자기소개 시간부터 갖는다. 서로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으니 각자 자기를 드러내고 남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한 명씩 순서가 돌아가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출신학교 출신지역 나이 밝히고 나면 더 할 말이 없다. 혈연 지연 학연 외에 아무 존재감이 없다.   

  

평소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한 사람은 할 말이 많다. 취미 특기부터 여러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머리와 가슴속에 담긴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 놓는다. 그 몇 마디 말만 전해 들으면 어떤 사람인지 대략 파악이 된다. 이 정도는 자기 PR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저 기본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간단한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주어진 기회를 놓치니 너무 안타깝다.     


3. 

자기소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떠오르지 않으면 ‘내 인생의 키워드 3개’부터 찾아보자. 매 순간 나의 행동과 생각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좀처럼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중요한 가치 3가지를 생각해 보라.     


자유 평등 박애 같은 고상한 단어도 좋고, 가족 친구 회사 같은 인간관계 범주도 좋다. 누군가는 정치나 종교 같은 이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소통 합리 배려 소신 같은 삶의 태도일 수도 있다. 당신이 T 인지 F 인지 다른 사람과 논쟁하느라 밤새우기 보다 훨씬 생산적이지 않은가.     


4.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남에게 기대가 크다.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알아서들 잘 챙겨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내 기분 상하지 않게 남들이 나에게 잘 맞춰주면 좋겠다. 이런 사람들이 보통 겉으로는 남의 선택에 무조건 따르겠다며 하늘처럼 바다처럼 아량이 넓은 척 한다.     


“아무거나 먹자. 그런데 족발은 너무 heavy 하고, 된장은 너무 비리고, 스파게티는 어제 먹었고... 나머지는 다 괜찮아.”

연인에게 딱 부러지게 요구 조건을 내세우지도 않으면서 말하는 족족 싫다고만 한다. 내가 싫은 몇 가지 빼고 나머지 전부가 괜찮다는 말 대신, 내가 원하는 3개를 내걸고 그중 상대가 고르게 하는 편이 백번 낫다.     


5.

“이 회사 정말 못 다니겠어요.”

퇴사를 결심하고 가끔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한 가지만 묻는다. “그 회사를 관두기로 결심하셨으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요?” 보통 멍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 회사에 대한 미운 구석은 3박 4일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다른 대안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불만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만수르는 매일 행복할 줄 아는가. 목적이 분명하고 여기보다 저기가 그 꿈에 더 알맞다고 판단해야 새로운 시작이 의미있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자신의 욕구도 정확히 모른 채 투덜거리며 퇴사하면 그 어떤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또 사직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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