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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15. 2024

@1034 <결핍을 자극할까 이득을 강조할까~

@1034

<결핍을 자극할까 이득을 강조할까, 설득의 2가지 방법>     


1.

“아직도 이런 혈압계 쓰는 분이 계시네요. 언제 나온 기계인데...”

의료기 영업사원이 대뜸 들이닥쳤다. 그냥 브로셔만 얌전히 던져주고 가면 좋았을 텐데 20대로 보이는 젊은 직원분 의욕이 너무 과했다. 아무리 표정관리 하려고 해도 이쁘게 거절하기가 어렵다.     


2.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도 않은 신입사원이 자신의 판단으로 그런 멘트를 던졌을 리는 없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 철저한 교육을 거치고, 상황별 대처 매뉴얼까지 철저히 숙지한 뒤 현장에 투입되었으리라. 상급자가 보기에 이만하면 됐다 싶었으니 OK 사인을 내고 혼자 한 번 가보라며 미션을 주었을 듯하다.     


대뜸 상대의 결점을 파고들거나 안 좋은 쪽으로 깎아내리면 상대적으로 자사 제품이 더 대단해 보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맞아요. 저희 제품이 정말 오래되고 낡았죠. 지금까지 왜 이대로 내버려 두었는지 너무 속상하네요. 이번 기회에 선생님 말씀하신 신제품으로 꼭 바꿔야겠어요.” 몇 명이나 그럴까.     


3.

사람의 마음은 두 가지 반대 방향을 동시에 허락하지 않는다. 한번 열 받으면 걸리는 족족 화풀이를 하게 되고, 눈에 하트가 뿅뿅 터지면 밉상 김대리마저 이뻐 보인다. 내 물건을 팔고 싶으면 상대방 눈에 내 제품이 좋아 보여야 한다.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은 금물이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으니 돌아오는 대답도 절대 온순하지 않다. 내가 쓰는 제품이 안 좋다고 말하면 결국 그 제품을 쓰는 사람도 비슷한 레벨이라는 뜻이 된다. 갑자기 비난의 화살을 맞았는데 그 누가 기분 좋게 허허 웃겠는가. 내미는 브로셔에 호감이 가기는커녕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래, 그 회사 제품은 얼마나 좋은지 한번 따져 봅시다!”     


4.

가끔 엉뚱한 치료를 하고 오시는 환자분이 있다. 황당한 민간요법을 무작정 따라 하시는 경우가 제일 많다. 간혹 다른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솔루션을 듣고 오시기도 한다. 환자분 말을 들으면 황당한 호객과 엉뚱한 처치에 울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냉정을 유지한다. 절대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네, 다녀오신 한의원과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그런 쪽으로 생각하셨나 보군요.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 환자분 증상이 이러하므로 그런 증상은 관계가 있지만 저런 증상은 별개로 보입니다. 이렇게 3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치료하면 좋겠어요.” 

나는 그저 내가 할 말만 한다. 내 말에 동의하시면 치료를 시작하지만, 이전 그 병원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말릴 방법은 없다.     


5.

설득의 방식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결핍을 자극하거나 이득을 강조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무슨 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은 결핍을 자극하는 협박처럼 들린다. 반면 치료를 받으면 이런 증상이 좋아지고 무슨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이득을 강조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어느 한 가지 방법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취향, 주어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때그때 필요한 대처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긍정적인 말부터 쓰자. “너 공부 안 하면 지게꾼하고 결혼한다.” 긍정의 말이 실패하면 2차 시기가 있지만 부정의 말이 실패하면 상대방 귀가 닫히며 다음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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