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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19. 2024

@1036 <누군가 해결책을 말할 때 내 마음에~

@1036

<누군가 해결책을 말할 때 내 마음에 안든다면>     


1.

“김대리, 우리 이런 방법을 한번 써 봅시다.”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방법은 문제점이 너무 많아서 절대 안 돼요.”

팀장님이 기껏 생각해 솔루션을 건넸지만 이러쿵 저러쿵 불만이 많다. 문제가 많았지만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오랫동안 지켜보며 기다렸다. 본인은 여전히 개선의 의지가 없고 남이 한마디 거들면 안 되는 이유만 늘어놓고 끝까지 버틴다.     


2.

김대리의 반론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이다. 다만 동문서답이라서 문제다. 김대리는 팀장님이 이 이야기를 꺼낸 근본적인 이유를 잊고 있다. 지금의 대화는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되었다.     


팀장님이 제시한 대안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더 좋은 대안을 내면 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김대리 본인이 자기에게 유리한 지금 이 상황을 구태여 고칠 의지가 없다. 남들은 괴롭다고 하지만 본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3.

물론 팀장님 아이디어가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목조목 팀장님 의견에 반박만 한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난번에 이대리가 아이디어를 낼 때도 꼬투리를 잡아 기어이 무력화시키더니 이번에는 팀장님 아이디어까지 거부하고 있다.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거듭하면 모두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온다. 남들이 불편을 겪든 말든 신경 안 쓰겠다는 말인가 싶어 서운하다 못해 화가 난다.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다며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한다. “김대리, 그래서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에욧!”     


4.

김대리 본인이 상황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헤드헌터를 통해 스카웃된 인재이니 특혜를 받고 싶은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만일 직원 모두가 불편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무조건 내 말만 다 맞다고 우기거나 나는 조금도 손해 보기 싫다는 식으로 나오면 답이 없다.      


정도 차이가 있을 지언정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존재다. 다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도껏 조절해야 한다. 나만 좋고 남이 불편한 데도 나 몰라라 하면 곤란하다. 김대리는 자기 능력이 대단해서 그 혜택을 누리는 줄 알지만 큰 착각이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순간 김대리 실적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5.

“제가 그동안 너무 제 생각만 했네요. 진작 여러분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했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도망만 다녔어요. 죄송합니다.”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소통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야 다른 사람들도 기꺼이 대화에 참여한다.      


“저 때문에 그동안 여러분들 속 썩으신 부분은 죄송한데요, 팀장님 아이디어 외에 이런 대안은 어떨까 싶어요.”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면, 다른 대안을 말해도 전부 귀를 기울인다. 남을 설득하려면 진지한 태도를 갖춘 뒤 뼈를 깎는 노력을 각오해야 한다. 인간사회가 돌아가는 기본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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