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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20. 2024

@1037 <애매한 상황일 때 제3자 역할의 중요성>

@1037

<애매한 상황일 때 제3자 역할의 중요성>     


1.

“용기 내서 들이대봤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그냥 마음 접었어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만 대하시는 듯해서 정이 안 갔어요.”

이래서 인간관계는 어렵다. A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B는 알지 못하고, B가 왜 그렇게 차갑게 대했는지 A 역시 이해 못한다.      


2.

다른 사람과 애매한 상황에 처할 때 조심해야 할 행동이 있다. 하루 종일 이 생각 저 생각 고민만하다 밤에 이불킥 하면서 후회하기 쉽다. 상대가 무슨 마음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하루 동안 700페이지짜리 장편소설을 완성하고 결론까지 내버린다.     


대놓고 묻자니 민망하고 먼저 말 꺼내자니 너무 없어 보이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시간만 흘려보낸다. 하루 이틀 어영부영 지내다 보면 지금 본인이 공을 쳐 넘길 차례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상대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점점 더 안 좋은 상상만 한다. 멀쩡한 포도가 신포도를 거쳐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다.     


3.

썸 타는 관계 외에 가족이나 업무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어색한 상황에 직접 얼굴 보며 소통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을 알아 차리기 어렵다. 평소에도 그리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데 이렇게 애매한 관계에 처하면 더더욱 말문이 닫힌다.      


아빠가 딸에게 크게 화를 내고 3일 동안 너무 뻘줌하다. 딸은 화해할 겸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샀고 아빠는 추운 날씨에 쓰라며 딸의 벙어리장갑을 샀다. “뭐야? 그 초콜릿이? 식탁에 있길래 밤에 그냥 먹어 치웠는데.” “엥? 그 장갑이? 난 엄마가 사다 놓은 줄 알았는데.” 서로 기껏 용기를 내고도 사랑의 작대기가 허무하게 엇갈린다.     


4.

이런 상황에 제3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에서도 양쪽을 오가며 조율하는 사람이 있으면 엄청난 대립도 쉽게 타협이 된다. 괜한 자존심으로 대립하고 있든, 용기가 없어 괜히 눈치만 보고 있든 그의 힘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너 아빠한테 너무 심했어. 내일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하나 사 와.”

“당신은 어른이면서 애처럼… 잔소리 말고 아이 쓸 장갑 한 켤레 사 와.”

/

“여보, 아까 스터디 카페 가기 전에 당신 주라고 초콜릿 주고 가던데?”

“아빠가 너 추워 보인다고 장갑 사 왔더라.”     


5.

나도 한 때는 남녀사이 만남을 주선하고 성공률이 꽤나 높았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연락처만 알려주고 둘이 알아서 하라며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 이쪽 저쪽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정말 영 아니다 싶은 느낌만 아니면 절묘하게 서로의 호감 포인트를 선택적으로 증폭시켜 준다.     


중은 손이 없고 발이 없어서 제 머리를 못 깎겠는가. 누가 살짝 등만 밀어주면 냉큼 달려갈 텐데 눈치만 보다가 좋은 타이밍 다 놓친다. “팀장님 지금 옥상에 담배 피우러 가셨어. 최대리랑 같이 가셨는데 얼른 올라가봐. 내가 5분 뒤에 전화로 최대리 불러들일 테니까 그때 아까 일 죄송하다고 꼭 사과드려.” 사람들이 왜 김대리, 김대리 하나 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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