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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22. 2024

@1039 <메모해야 한다는 사실도 메모해야 펑크가~

@1039

<메모해야 한다는 사실도 메모해야 펑크가 안 난다>     


1.

“제가 그 일정을 깜박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김대리는 스마트폰 캘린더에 일정관리 앱까지 써가며 할 일을 완벽하게 챙기는 사람이다. 빈틈없이 일 처리를 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펑크를 자주 낸다. 왜 그럴까.     


2.

메모해야 한다는 사실을 메모하지 않아서 그렇다. 기록을 철저히 하는 사람은 기록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기관리가 탁월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일단 기록에 성공해야 한다. 기록된 내용은 완벽하게 챙기지만 기록에서 누락된 내용은 천하의 김대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     


김대리가 펑크 낸 상황을 복기해 보자. 회사 근처 식당에서 얼마전 퇴사한 동료를 우연히 만난다. 반가운 마음에 다음 주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다. 금방 사무실 들어가서 캘린더에 기록해야지 마음먹었다. 사무실로 복귀하여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 갑자기 팀장님 긴급 호출이다. 30분 회의를 달리고 나니 기진맥진이다. 약속기록 따위 벌써 다 잊었다.     


3. 

나는 환자의 한약 탕전을 모두 직접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정수기 물을 받아 약탕기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2천 cc 계량 용기로 여러 번 퍼담는다. 그 즈음에 실장님이 출근하시면 탕전실에서 인사를 나눈다. 그때 메모지에 후다닥 ‘두 번 끝’이라고 쓴 뒤 인사를 받는다. 처음에는 ‘2’라고만 썼는데 두 번째 물을 받고 있다는 말인지 두 번 끝냈다는 말인지 헷갈렸다.     


기록쟁이들이 실수하게 만드는 범인 1위는 바로 전화다. 팀장님에게 피드백을 받고 자리에 돌아오기까지 길어야 3초이니 절대 잊어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순간 기습적으로 전화벨이 울린다. “김대리님, 2번 전화 받으세요.” 이때는 주위 아무 이면지나 집어 들고 ‘기획안 전년 자료 보완’ 재빨리 휘갈겨 쓴 뒤 전화를 받아야 한다. 안 쓰면 누구나 금붕어가 된다.     


4.

업무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 일을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해낸다. 대신 메모에만 철저히 의존하게 된 나머지 의식에서 일정자체를 완벽히 지워버린다. 메모 자체를 깜박하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기 쉽다.     


자세하게 메모할 시간이 없으면 키워드라도 일단 적어두자. 적을 시간이 없으면 스마트폰 녹음이라도 하자. 한가할 때 그 제목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면 한두 시간 이내의 일은 거의 대부분 복기하여 자세히 메모할 수 있다.      


5.

일정관리는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예쁜 다이어리에 일정을 알록달록 쓰다가, 또 스마트폰 캘린더에 기록을 하다가, 또 탁상 캘린더에 빨간펜으로 표시하다가... 매 순간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데나 메모하면 곤란하다. 급기야 일정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확실히 기억나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른다. 펑크날 확률이 매우 높다.

     

메인으로 관리하는 체크리스트는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려면 스마트폰을 쓰면 좋다. 수첩에 받아써야 할 상황이라면 곧 스마트폰으로 옮겨 적자.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미션이 남았다. 최소 하루에 두 번 자신의 체크리스트를 훑어봐야 한다. 오늘 내일 이번 주 다음 주 굵직굵직한 일정과 할 일을 자주 머릿속에 주입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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