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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08. 2024

@1050 <어머니도 짜장면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1050

<어머니도 짜장면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1.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셔서 안 시켰는데요?”

없는 살림에 아이들 먹이느라 싫어한다고 말씀하셨을까, 아니면 정말 기름진 면종류가 소화가 잘 안되어 싫다고 하셨을까. 아무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 사람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다.     


2.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음식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나는 세상에서 짜장면을 제일 좋아하지만, 김대리는 짬뽕을 너무 사랑할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에 같이 중국집에 갔을 때 김대리가 짜장면 대신 짬뽕 시켰다고 눈 흘기며 째려보면 되겠는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되지 말자.     


“그 문제는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나의 이슈에 대해 나는 A라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저 사람은 B라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상대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한다고 해서 가슴을 쿵쿵 치며 답답해하지 말자. 그 사람 생각은 그 사람의 몫이다.     


3.

엄청 다른 문제 같지만 결국 짜장면 짬뽕과 똑같은 문제다. 나는 짜장면을 고르고 그 사람은 짬뽕을 선택한 상황일 뿐이다. 각자 자기 좋아하는 음식 시켜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 사람이 짬뽕 먹는다고 해서 내가 짜장면을 못 시킬 이유도 없다. 서로서로 완벽하게 남이다.     


“역시 중국음식 하면 짬뽕이지!”

짬뽕 후루룩 면치기 하면서 감격스러워 하는 그 사람의 멘트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나는 짜장면이 넘버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나하고 한판 해보자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는데 머릿속으로 혼자 드라마 한 편 찍고는 이미 말싸움 한판까지 다 끝냈다. 기분 팍 상한다.     


4.

“저 사람하고는 도무지 대화가 안 통해요.” 

혹시 짬뽕 좋아하는 사람에게 짜장면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3시간 동안 열변을 토하지는 않았는가. 끝내 그 사람이 짜장파로 환승하지 않아서 혼자 심통 난 상황이라면 너무 우습다. 소통 안되는 사람은 딱 한 부류 뿐이다. 본인 좋아하는 음식만 줄기차게 찬양하고 남에게 까지 동의를 강요하는 사람이다. 남의 생각은 궁금해하거나 묻지도 않는다.     


“그 생각은 틀렸어요.”

자기 생각에 매몰된 사람은 자신의 말과 다른 생각을 들을 때 맞았다 틀렸다 평가질부터 한다. 어느새 본인 의견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확신까지 갖게 되었다. 그 당연한 정답을 몰라보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미개하다고 여긴다. 선민사상이 이래서 무섭다.     


5.

좋아하는 기호가 전부 같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이성이 좋아하는 음악, 취미, 사고방식까지 모두 완벽하게 똑같으면 긴장해야 한다. 미리 당신 뒷조사를 철저히 하고는 환심을 사려고 작전을 짰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집에서 자란 형제나 쌍둥이들도 취향은 제각각인 법이다.     


취향이 다르다고 무조건 적으로 삼는 어리석은 행동은 피하자.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며 내 취향만이 최고라고 소리치는 행동은 유치원에서 끝냈어야 한다. 정치나 종교 같은 무거운 이슈도 하나 다를 바 없다. ‘그렇구나.’ 그냥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조용히 들어주면 된다. 생각이 달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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