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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11. 2024

@1051 <빙빙 말돌리는 사람에게 현명하게 대처~

@1051

<빙빙 말돌리는 사람에게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1.

“연락도 없이 술 먹고 새벽 4시에 들어오면 어떡해, 당신이 무슨 불량 청소년이야.”

“당신 말투가 거슬리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물타기 전법에 끌려 들어가면 안 된다. 적의 도발에 엉뚱하게 대응해 버리면 상대편 전략에 휘말리고 만다.     


2.

대화할 때 유독 말투와 표정, 목소리와 단어 선택에 대해 꼬치꼬치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주제로 대화하고 있었다면 아무 상관없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상대가 추궁하는 순간,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말 돌리는 용도로 사용하니 문제다.     


상대방이 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받아야 정석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니 감히 맞대응할 생각을 못하고 도망갈 구멍부터 찾는다.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자니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교묘하게 판을 흔들어 본질을 흐려보기로 마음먹는다.     


3. 

“내 말투 어디가 어때서? 당신은 화날 때 훨씬 크게 버럭 하면서 별소리 다 쏟아내잖아.”

“어휴, 됐다 됐어. 무슨 말이 통해야지.”

각자 다른 방으로 문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분명 남편이 일방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상황이지만 어느새 ‘성격차이’로 부부싸움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작전 성공이다.     


만약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상대가 뜬금없이 엉뚱한 화제를 꺼낸다면 직전 상황을 찬찬히 복기해 보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동문서답을 했을 리가 없다. 내가 꺼낸 말 중 어느 한 대목이 그의 아픈 손가락을 건드렸다는 뜻이다. 협상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승기를 잡는다.

     

4.

말 돌리는 심리는 너무도 간단하다. 비겁한 회피다. 본인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대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되는데 혼자 뜨끔하여 도망치는 형국이다. 잘못했더라도 떳떳하게 사과하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순간의 비굴함을 피하려고 무리수를 던지면 자칫 일파만파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잘못을 인정하면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손윗사람이나 상급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대에게 권위를 지키고 싶어하며 약한 모습은 최대한 숨기려 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단 벌어진 사건은 어쩔 도리가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사람만 점점 추해진다.    

 

5.

“말투? 불량 청소년이라고 한 말은 내가 과했어, 사과할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늦게 들어온 상황에 대해 더 할 말 있어?”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나까지 상대 말을 무시하며 처음 말만 무작정 반복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더 기고만장할 수 있다. 슬쩍 받아주고 쿨하게 인정해버려야 말문이 막힌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아무 말이나 막 나오기 쉽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싶으면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히자. 괜히 상대방에게 책잡힐 행동을 저질러 간만에 찾아온 공격 찬스를 허무하게 날리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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