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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07. 2024

@1049 <너를 위해서 한다는 말의 진짜 정체>

@1049

<너를 위해서 한다는 말의 진짜 정체>     


1.

“공부 좀 열심히 하라니까.”

“그 업무는 내가 알려준 대로 하라니까요.”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매일 답답한 순간의 연속이다. 다 내가 겪어본 일이니 알려준 대로만 하면 탄탄대로인데 왜 시키는 대로 안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당신은 왜 아직도 그렇게 못하는가. 당신은 못하면서 왜 남에게만 계속 닥달인가.     


2.

물론 당신 속마음은 항상 순수하고 선의에 가득 차 있다. 자녀가 출세하도록 만들어서 아무개 부모라는 소리를 듣고 싶거나, 후배의 업무력을 키워 실컷 부려먹을 심산이 아닌 줄은 잘 안다. 상대가 더 잘 되라고 도와주며 내가 겪은 실패는 요리조리 피해 가도록 이끌어 주려는 마음이 전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자. 아이와 후배를 향한 시선을 당신 자신에게로 돌려보라. 과연 시간을 거슬러 누군가 과거 당신의 아픈 기억과 괴로운 실패를 모면하게 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혹시 그런 아쉬움의 순간들이 당신 성장의 자양분이 되지는 않았을까.     


3.

온실 안의 화초는 겉보기에 허우대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옷깃을 스치는 바람 한점에 제 한 몸 건사하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오히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들판의 잡초가 진정한 강자다.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견뎌 낸 시간의 흔적이 잡초 뿌리에 알알이 베여있다.     


어린시절 친구와 툭탁거리고 싸우면서 양보와 타협의 기술을 배운다. 밤새워 만든 기획안으로 신나게 깨지며 눈물 찍 콧물 찍 흘려봐야 과거자료 분석의 깊은 노하우을 깨닫는다. 그렇게 차근차근 잘 자란 결과 지금의 당신이 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잘 성장했다.      


4.

방황의 시간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덜한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해도 실전은 다르다. 중3 겨울방학 때 게임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하버드에 합격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그런 아쉬움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 후로 지금까지 앞만 보고 주욱 달려올 수 있었다.    

 

정작 당신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때로 지치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질 때 끝까지 당신을 믿어주고 격려해 준 그 따스한 눈길이 핵심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낙담하고 있을 때 당신보다 더 당신을 믿고 기다려 준 그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의 진짜 성장 동력이었다.     


5.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제 그 위한다는 말 좀 그만하자. 본인이 해보고 안되어 당신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할 때,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도와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전까지는 따스한 햇살만 비추며 포근히 감싸 안아주면 된다.     


‘과연 나는 실패한 그들의 모습까지 기꺼이 보듬어 안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자녀와 후배의 성공을 강요하는 이면에는 다른 무의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힘든 상황은 얼마든지 참아도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차마 못 견디겠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너를 위한다는 말이 실은 나의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명은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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