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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15. 2024

@1055 <정말 잘못했다고 느낀다면 사과는 말대신~

@1055

<정말 잘못했다고 느낀다면 사과는 말대신 행동으로>     


1.

“팀장님, 지각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고등학교 동창 아버지 상갓집에서 과음하느라...”

김대리 주위 사람 일가친척 어르신 중에 생존해 계신 분이 거의 없다. 처음 한두 번은 알고도 속아 주었지만 이제 팀장님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 직원까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2.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든 반사적으로 죄송하다는 말부터 한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든 속으로는 하나도 안 죄송하게 느끼든 일단 말이라도 그렇게 하고 본다. 천지개벽할 만한 엄청난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람한테까지 돌 던질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과할 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이더니 3일이 지나기도 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전 멘트와 표정을 복사 붙여넣기하여 또다시 사과한다. 그렇게 세 번을 넘어가면 이제 죄송하다는 말을 아무리 반복해도 별 감흥이 없다. 완전히 신용을 잃었다.      


3.

사람에 따라서는 실수가 아니라 실력 부족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 업무를 감당할 역량이 안되다 보니 계속 비슷한 오류를 범하는 경우다. 설사 그렇다 해도 우리의 이대리처럼 퇴근후 엑셀 학원에 다니고 단축키까지 중얼중얼 외우고 다니면 다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진다.   

  

김대리 태도는 완전 딴판이다. 실수의 현장에서만 딱 3분 비굴하게 굴고 금방 희희낙락이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너무도 태연하게 군다. ‘다시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비장한 표정 따위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금방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아무도 이쁘게 봐주지 않는다.     


4.

실전은 프로의 세계다. 학창 시절처럼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 대부분은 실수를 감당하기에 자신의 위치가 너무 낮다. 주위 사람들이 그 나머지 고통을 분담하며 만회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국에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가만있지 않는다. 영혼이 1도 담기지 않은 사과의 말로 면벌부를 챙겼다고 생각하는 대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분석한 뒤 주위 사람에게 묻고 배워서라도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한다.     


5.

프로는 행동으로 사과한다. 그 행동이 부끄럽고 창피하다면 다시는 똑같은 짓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실수를 완전히 극복하기 전이지만 벌써 눈빛과 행동거지부터 어제와 완전히 다르다. 그런 태도를 보기만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잘하게 되겠지 하며 신뢰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잘못을 저지른 김대리에게 묻는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 진짜로? 속으로는 누구나 그런 실수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잘못했다는 사과는 둘째치고 일단 당신 스스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고 싶은 의지가 없는 한 오늘의 실수는 무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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