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22. 2024

@1060 <나 들으라는 소리인가 생각하는 예민한~

@1060

<나 들으라는 소리인가 생각하는 예민한 사람과 대화할 때>     


1.

“한겨울에도 얼음 넣어서 커피 마시는 사람이 많대요. 얼죽아라고 부른다던데 너무 웃기지 않아요?”

김대리 한마디에 점심 식사 자리가 싸늘해진다. 김대리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돌아보며 당황한다. 알고 보니 팀장님이 바로 그 ‘얼죽아’였다. 뒤늦게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완전 찍혔다.     


2.

“팀장님, 죄송해요. 저는 팀장님이 그러신 줄도 모르고...”

팀장님은 이미 단단히 삐쳤다. 같은 팀으로 근무한지 1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나의 커피 취향을 모를 수 있는가. 팀장인 나를 저격하기로 작정하고 내뱉은 멘트가 확실하다. 지난주에 업무 관계로 한소리 했더니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하시겠다?      


김대리는 답답하다. 하늘에 맹세코 팀장님을 겨냥한 말이 아니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1년을 근무했지만 팀장님과 커피 마시러 다닌 적이 없다보니 취향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주에 지적받은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 철저히 반성하고 끝냈다. 이 모든 말이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으신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3.

가까운 사이에 이런 오해가 잘 생긴다. 상대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모두 나에 대한 정보를 기본으로 한 모종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두 눈 버젓이 뜨고 앉아있는데 저런 말을 하다니. 내 커피 취향을 몰랐거나 잊어버렸나 보군. 허허허.’ 그렇게 이해심 많은 사람은 드물다.  

   

상대가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일 때 다시 물으며 확인하는 대신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마음껏 오해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상대방을 악당으로 만들고 자신이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본인은 남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며 사는 천사표인데, 남들은 자기 마음을 몰라주고 함부로 대한다고 여긴다.   

 

4. 

사람들은 의외로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다. 사귀는 남녀 사이라도 시간이 흘러 아주 오래된 연인이 되면 서로에 대해 무심해지는 법이다. 하물며 직장동료나 친구의 일을 꼼꼼히 새겨가며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김대리 입장에서는 팀장님이 머리를 빡빡 밀거나 반바지 입고 출근하지 않는 이상 개인적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부러 살갑게 대할 마음도 없고, 또한 구태여 꽁한 마음을 간직했다가 유치한 보복 공격을 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얼죽아 멘트가 공교롭게 팀장님 심기를 건드린 점은 유감스럽지만 그저 우연일 뿐이다.     


5. 

남달리 예민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바람에 스치는 편의점 알바생 표정에서도 상처를 받는다. 남이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면 뛸 듯이 기뻐하지만 숨은 배려를 몰라주고 무심히 넘어가면 깊은 상처를 받는다. 건성건성 지내는 무딘 사람은 그들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애초에 자신과 아무 연결고리가 없는 남남인 존재로만 여긴다. 


지금 눈앞의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인관계에 대한 포지션이 어떠한지 일일이 조사하고 다닐 수는 없다.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안친한 사람이 섞여 있으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특정 이슈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은 아예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예민한 사람은 그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지금 나 들으라는 소리인가?’하며 불편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1059 <냉정해야 할까, 아니면 열정적이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