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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26. 2024

@1061 <리더는 항상 옳은 말만 하는가>

@1061

<리더는 항상 옳은 말만 하는가>     


1.

“박팀장, 팀장인 내 말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이 말이 맞지 않아? 게다가 내 말투 어디가 어때서?”

이팀장이 옆부서 박팀장을 붙들고 하소연하는 중이다. 방금 이팀장이 한소리 했더니 이번에는 김대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나름 오래 참아왔다는 듯 부당하다고 느끼는 포인트와 팀장님 비아냥거리는 말투까지 불만을 우다다 쏟아낸다.     


2.

정말 길 막고 긴급 설문조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팀장인 나의 이익 위주로 판단한 적도 없고 항상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자부한다. 어떻게 감히 나의 이런 판단에 반박할 수 있는가. 게다가 다들 칭찬하는 나의 공손할 말투까지 문제 삼다니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지나던 장상무님이 끼어 들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 조용히 김대리 편을 든다. “무슨 말씀이세요, 정말 말도 안돼요.” 이팀장은 어이가 없어하며 즉각 반박한다. 그제야 상무님이 한마디 건넨다. “이팀장도 상급자인 나의 말에 그대로 수긍하지 않으면서 김대리는 이팀장 말을 다 따를 줄 알았나 보군요.”     


3.

처음부터 이팀장의 판단 자체에 전혀 하자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핵심은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팀장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이라는 그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민주적인 회사 분위기라 하더라도 팀장이 나름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데 팀원들이 사사건건 반대하기는 어렵다. 리더의 말이라서 그렇다. 팀장의 모든 판단이 옳아서 다들 조용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저는 아주 쿨한 사람이에요.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남들이 그렇지 못하다. 당신만 쿨한 척하면 무엇 하는가. 나머지 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매 순간 당신 눈치를 본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참을 때가 많다. 당신 말이 아무리 합리적이라 해도 누군가는 그 합리성 자체가 오히려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4.

리더는 말 그대로 이끄는 사람이다. 본인 의견에 팀원들 의견까지 모두 참고하여 팀이 잘 굴러가도록 챙겨야 한다. 때로는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을 하거나 공평하지 않은 판단을 밀어 붙어야 할지도 모른다.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전체를 잘 끌고 나가는 능력이 리더의 힘이다.     


리더가 스스로의 판단에 취하기 시작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스스로 본인에게 심판관의 자격을 부여하고 다른 팀원들을 피고로 생각하기 쉽다. 본인이 이기적이지 않고 원리원칙에 충실하기만 하면 남들이 모두 박수 치며 수긍하리라 착각하기 시작한다.     


5. 

이팀장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치에 밝은 데도 팀원들 지지를 못 받는 이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 옆 부서 박팀장은 이랬다저랬다 말을 수시로 바꾸고 판단력도 엉망이지만 팀 분위기는 너무 좋다. 이팀장 본인이 신입시절 부당한 결정에 너무 분개한 나머지,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이기만 하면 다들 좋아할 줄 알았다.    

 

그래서 리더가 어렵다. 무조건 옮은 쪽만 바라본다고 능사는 아니다. 팀원들이 그 올바름을 이해하고 모두 동의한다면 완벽하겠지만 사람들 생각은 모두 다르다. 김대리가 이의 제기를 하더라도 대뜸 화부터 내지 말고 차분히 들어야 한다.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일단 상대의 생각 자체를 존중해야 설득을 하든 대안을 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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