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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01. 2024

@1066 <내가 그 가수를 싫어해도 누군가는~

@1066

<내가 그 가수를 싫어해도 누군가는 골수팬일 수 있다>   

 

1.

“며칠 전에 아무개 가수 TV 나온 장면 봤어? 정말 노래 못하더라. 그렇게 노래하는데 누가 좋아할까 싶네.”

나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그 가수 노래 들으며 힘들었던 오늘 하루 보상을 받는다. 우리 아무개에 대해 무얼 안다고 감히 평가를 하는가.     


2.

식사시간 내내 투덜거리고 틱틱거렸다. “나는 그 가수 왕팬이야.” 대놓고 말하면 너무 구차해 보일까봐 그냥 입다물고 꾸역꾸역 밥만 먹는다. 대신 그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사사건건 반박하기 시작한다. 어디 너도 한번 당해봐라. 눈치 없는 그 친구는 끝까지 내가 왜 그랬는지 영문도 모르고 집에 간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말하는 투가 늘 그런 식이다. 새로 차를 사면 자기 차가 왜 좋은지 말하기 보다 비슷한 스펙의 다른 차 험담만 한다.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노력을 칭찬하기 보다 다른 아이들 성적이 더 궁금하다. 항상 남과 비교하고 남을 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3.

분석할 필요도 없는 너무도 단순한 캐릭터의 인물이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절대평가를 할 줄 모르고 언제나 상대평가에만 목을 맨다. 내가 100점을 맞았더라도 남들 다 100점이면 기분 나쁘다. 내가 50점이라도 남들 48점이면 뛸 듯이 기쁘다.     


그 사람 주위에 있으면 늘 피곤하다. 배려심 많은 주위 사람들이 그 모습을 딱하게 여기며 오냐오냐 들어주니 지금껏 좋게좋게 넘어갔다. 어느 순간 누구 한사람 발끈하면 금방 다툼이 시작된다. 동네 싸움닭처럼 여기저기 툭탁거리고 다니지만 자기 잘못인 줄은 절대 모른다.     


4.

그렇게 자존감 낮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한 번쯤 무심코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그 핸드폰을 써 봤는데 영 별로라거나, 그 식당 음식이 너무 맛없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자.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나누어도 될만한 사이인가 아닌가 꼭 살펴야 한다.     


호구조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 집 남편이 그 핸드폰 회사에 다니거나, 그 사람 어머니가 그 음식점 주인일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사람들이 특히 민감해하는 정치나 종교를 주제로 다른 편을 함부로 비하했다가는 정말 날벼락 맞기 쉽다.     


5.

웬만하면 좋은 말만 하면 좋겠다. 내 마음에 안드는 다른 편까지 칭찬하기 싫으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쪽에 대해서만 말하면 된다. 사람마다 취향과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내 마음이 소중하면, 저 사람이 좋아하는 저 마음도 존중하자.     


“저 사람이 아직 잘 몰라서 그래요. 실체를 알면 저럴 수가 없으니 내가 알려줄 의무가 있어요.”

구태여 조목조목 따지며 설득하려 들지 말자. 취향은 논리가 아니다. 백만 가지 근거로 그 사람의 취향을 지적한다 한들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 이상 남은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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