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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02. 2024

@1067 <나는 왜 그 피드백에 수긍할 수 없는가>

@1067

<나는 왜 그 피드백에 수긍할 수 없는가>     


1.

“팀장님 말씀 듣고 있으면 지적으로만 들리고 기분 별로예요.”

피드백 듣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면 당신은 이미 슈퍼엘리트 직원이다. 누군가 나를 미분해 가며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 아무리 나를 위한 말이라도 발가벗겨진 느낌이 든다. 창피하고 민망하고 화가 난다. 당연하다. 

    

2.

A “김대리, 프로젝트 보고서 잘 봤어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이는데요, 전체적으로 좀 더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 싶네요.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B “보고서 훌륭해요, 특히 시장분석 파트 인사이트가 탁월해요. 차트와 그래프로 데이터를 시각화하니 설득력이 있더군요, 다만 결론 부분 제안은 좀 더 구체적이면 좋겠어요.”     


A팀장 말을 들은 김대리는 피드백을 들은 뒤 담배 피우러 나갔고, B팀장 말을 들은 이대리는 당장 자리로 돌아와 뚝딱뚝딱 작업을 시작한다. A와 B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B팀장은 업무력 1등이라 조언 한마디 한마디 새겨 듣게 되지만, A팀장은 본인 일도 잘 못하면서 왜 남한테 잔소리인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자격 있는 사람이 피드백을 해야 일단 귓구멍이 열린다.     


3.

피드백은 그 목적에 따라 방향이 완전 달라진다. 피드백하는 사람의 분풀이? 듣는 사람의 성장? 아니면 조직 전체의 효율을 위해? 의도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린다. A팀장 말은 ‘아쉽다, 깔끔하게, 신경 써서’ 같은 본인 감정 표현이 위주다. 모두 주관적인 느낌에 대한 말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 짜증으로 느껴지기 쉽다.     


B팀장은 사실 위주로 말하고 있다. 대충 들어도 본인 감정이 아닌 상대방 업무력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든 성장시키려는 애정이 느껴진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안 좋은지 분명히 알겠다. 안 좋은 부분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솔루션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나, 회사에 나와서 얼른 자리로 돌아가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줄이야.     


4. 

피드백은 농담 따먹기 대화보다 훨씬 힘든 소통이다. 말 꺼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바짝 긴장하게 된다. 양쪽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이니 서로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평소 출근하고 굿모닝 인사 한마디 제대로 주고받지 않는 사이에 피드백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A팀장은 팀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늘 본인 실적만 챙기고 가끔은 팀원 아이디어를 가로채기도 한다. 얄미워 죽겠다. B팀장은 든든한 큰형님 같다. 나도 팀장이 되면 저렇게 처신해야지 생각하게 되는 존경스러운 분이다. 콩으로 메주를 쑤라고 해도 무조건 지시대로 따르고 싶다.     


5. 

내가 남에게 먼저 피드백을 요청하면 더 좋다. 제출기한에 딱 맞춰 보고서를 제출하고 팀장님에게 칼 같은 심사를 받는 대신, 기한 3일 전에 먼저 의견을 구하면 어떨까. 단순히 미리 피드백을 구하는 훌륭한 직원 소리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면 좋겠다.     


피드백을 구할 때는 마음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와, 정말 대단해요.” 칭찬 듣고 어깨 으쓱할 상상만 한다면 아직 피드백을 받을 준비가 안 되었다. “이 내용은 별로인데요.”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생각을 들으며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을 잘 수용하고 행동에 적극 반영시키는 자세를 보이면 그 어느 팀장이 조언을 귀찮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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