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04. 2024

@1069 <아무리 답답해 보여도 결정은 책임지는~

@1069

<아무리 답답해 보여도 결정은 책임지는 사람 맘대로>     


1.

“김대리 생각은 잘 알겠어요, 이번에는 내 판단대로 갑시다.”

김대리는 속이 터질 지경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 의견이 옳은데 팀장님이 절대 받아들여 주시지 않는다. 다 책임질 테니 내 말대로 한 번만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아차차, 그러고 보니 책임은 팀장님 몫이구나.  

   

2.

리더와 팀원의  생각이 다를 때 결정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리더 뜻대로 결정하거나, 리더가 책임을 감수하고 팀원 결정을 지지하거나. 어느 경우라도 최종 결정권은 리더에게 있다. 당연하다. 결정은 항상 책임지는 사람이 행사하는 권리이자 의무다.     


“전권을 줄 테니 마음대로 해보시오.”

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대사다. 책임지는 자리에서 근무하다 보니 저 말이 얼마나 엄청난지 이제 알겠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맡기겠다는 말이다. 선택 이후의 일은 리더가 모두 책임질 테니 아무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다.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데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까지 모조리 신뢰하겠다니.

     

3.

“고객님, 이 집 구조로 볼 때 마루는 밝은 톤으로 하셔야 넓어 보여요.”

인테리어 업자가 큰맘 먹고 집주인에게 조언한다. 오밀조밀한 집에 마루까지 짙은 밤색으로 깔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도리 없다. 집주인이 좋아하는 컬러라고 그 색을 고집하면 따라야 한다. 

    

“선생님, 지금 상태로는 수술하셔도 별 의미가 없어요.”

담당 의사가 말기 암 환자에게 진심 어린 의견을 건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암을 이기겠다는 환자분의 굳은 의지를 높이 평가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수술은 별 이득이 없다. 최선을 다해 설명했지만 어쩔 수 없다. 환자 본인의 몸이다 보니 가족이나 의료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4.

전문 영역의 판단이라고 해도 결국은 책임의 문제에 부딪친다. 전문가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좁은 집에는 밝은 바닥을 깔고, 가망 없는 위험한 수술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택은 집주인과 환자 본인이 내린다. 책임질 사람이라서 그렇다. 인테리어 업자와 의사가 결정을 도울 수는 있지만 대신 책임져줄 입장은 아니다.     


“거 보세요, 결국 그렇게 된다니까요. 괜히 시간 낭비하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한두 번 좋은 마음으로 나섰다가 말이 안 통하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남 일에는 끼지 않겠다며 본인 포지션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부담없이 한발 물러서서 일을 수월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나는 내 마음이 편치 못하여 그렇게는 도저히 못하겠으니 한 소리 듣더라도 오지라퍼의 길을 가련다.     


5.

선택해야 할 상황에 처할 때 합리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단어 2개가 있다. 첫 번째, 리스크다. 책임지는 입장으로 볼 때 가능하면 위험부담이 적은 쪽이 좋다. 홈런은 바라지도 않으니 병살타만 안 치면 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지만 바닥에 납작 엎드려 안전하게 가고 싶다.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두 번째, 후회다. 그날 너를 잡았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안 좋은 선택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다. 합리적인 생각은 리스크와 후회 모두를 적절히 감안하는 판단이다. 흥분상태가 되어 좋은 판단이 안되면 믿을 만한 전문가나 멘토에게 귀를 기울여야 더 큰 후회를 안 한다.




작가의 이전글 @1068 <내 말을 남이 전하면 감정까지 통역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