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y 17. 2024

@1100 <빨간 차 한 대도 없지만 누가 돈 준다고~

@1100

<빨간 차 한 대도 없지만 누가 돈 준다고 하면 금방 보이기 시작한다>     


1.

“어이 친구, 정말 오랜만이야. 그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고?”

“그럼, 나야 늘 한결같지. 너는 잘 지냈어?”

2년 만에 만난 친구끼리 안부를 묻는다. 서로 태평천하를 지낸 듯 여유 있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A는 6개월 전에 보이스피싱으로 수천만 원 사기를 당했고 B는 9개월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2.

“오늘 학교에서 무슨 특별한 일 없었어?”

모든 부모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너무 궁금하다. 아이는 그 질문이 너무도 지겹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학교에서 대형사고가 터진다. 알고 보니 우리 아이도 이미 그런 일들로 피해를 보고 있었다. “엄마가 매일 물어 봤잖아.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이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서 말 안 했지.”     


3.

특별함의 기준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배 여기가 좀 쑤시고 아파서 왔어요.” 앞뒤 정황으로 볼 때 담석증처럼 보이는데 너무 안 아파하신다. 긴가민가 싶었지만 확실히 하자 싶어 내과 진료를 권했다. 담석이 꽉 차 있을 정도라 응급수술을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인내심이 강한 분은 이 정도다.     


특별하다는 말은 일상과 다르다는 뜻이다. 루틴에서 조금만 벗어난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다들 기겁하지만 딱 3일뒤 어느새 익숙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무덤덤하고 지루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처음 하루 이틀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곧 적응한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4.

눈앞에 뻔하디 뻔한 특별함이 지나가도 늘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 김대리 퇴사하고 사무실이 뒤집어진 뒤에야 “그때 꼬옥 붙잡았어야 하는 건데.” 울면서 후회한다. 곁에 있을 때는 그 특별한 가치를 몰라보고 버스 떠난 다음에야 손 흔들기 시작한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의자에서 이상한 삐그덕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간다. 며칠 뒤 갑자기 받침대가 부러지며 우당탕탕 아이쿠 넘어져 크게 다친다. 고칠 기회가 있었고 이상도 느꼈지만 애써 외면한 대가다. 조금 귀찮아서 요행을 기대했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특별한 이상은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5.

일상을 너무 무덤덤하게 지내면 특별한 순간마저 계속 놓친다. 김대리는 사표를 내기전 회식자리에 3번이나 연속 불참했다. 눈을 크게 떠야 겨우 특별함이 보인다. 빨간 차 이론이 있다. 몇 달내로 빨간 차 한 대도 못 본 듯한데 빨간 차 볼 때마다 5만원씩 준다고 하면 매일 10대씩 찾아낸다.      


*3줄 요약

○특별한 일도 일단 적응하고 나면 금방 일상이 되어 버린다.

○특별한 일을 외면하면 나중에 그 특별함의 위력에 큰코다친다.

○기회가 되는 특별한 일은 널려 있지만 의지가 있어야만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1099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우리 편끼리의 논쟁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