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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y 29. 2024

@1108 <두 눈 멀쩡히 뜬 사람도 속으로 딴 생각~

@1108

<두 눈 멀쩡히 뜬 사람도 속으로 딴 생각하면 내 말을 못 알아 듣는다>     


1.

“지금 증상은 간단한 근육통이 아니에요.”

“허리가 좀 아플 뿐인데요, 그럼 정형외과가서 엑스레이 찍어볼게요.”

“아뇨, 대상포진으로 보입니다. 피부과나 내과에 가셔야 해요.”

“네, 얼른 정형외과 가볼게요.”

놀랍지만 진료실에서 무수히 겪는 실제 상황이다.     


2.

소통 문제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끼리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잘 주고 받는 자체만으로도 어려운데 그 꼭대기 위에 옥탑방 한 층이 더 있다. 내가 한 말이 지금 상대방 귀로 잘 흘러 들어가기는 했는지 그 확인조차 쉽지 않다. 완벽하게 문전 박대 취급받고 버려졌지만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만일 상대가 내 말을 무시하거나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표정이라면 오히려 판단은 쉽다. 눈빛이 불안하게 움직이거나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흔든다. 팔짱을 끼면서 물러 앉거나 엉뚱한 곳을 쳐다보기도 한다. 상대방 신체언어만 잘 살펴도 지금 내 말이 어느 정도 유효한 상황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3. 

사람마다 대화중 이상한 패턴을 보일 때가 있다. 특별한 캐릭터의 이상한 사람뿐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조차 수시로 그런 모습을 보인다. 바로 상대에게 집중하는 척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에 빠진 상황이다. 눈은 상대를 응시하고 있고 자세도 똑바로 그대로인데 말이다.     


상대는 당신이 자신의 말에 초집중하며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말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계속 우다다 늘어놓는다. 하지만 당신 머릿속에는 이미 한참 전부터 다른 영화가 동시상영 중이다.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른 다른 생각에 꽂혀 늪지대를 헤매고 있다. ‘허리 아픈데 이 원장님은 못 고치나 보네. 어느 정형외과가 잘 보더라?’     


4.

내 설명이 다 끝나면 상대는 멀쩡하게 “네.” 대답까지 한다. 나는 상대의 대답만 듣고 섣불리 소통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 “혹시 아는 피부과 있으세요?” 혼자만의 다른 영화에 빠져 있던 환자는 어버버 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한다. “저... 앞 건물의 정형외과가 잘 보지 않나요?”     


친구들 모임이나 사무실 회의 시간에 너무도 확실하게 주고받은 대화인데도 누군가 완벽하게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 심지어 기억 못 하는 본인 잘못이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착각이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그 대화 시간 동안 자신의 영혼이 가출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매우 어렵다.     


5.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소통의 기본 원칙을 다시 기억하자. A의 말을 B가 들었으면 다시 요약해서 그 내용을 A에게 들려준다. A가 듣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틀렸으면 즉각 바로잡아줄 수 있다. B가 “네.” 하고 가만히 있다면 A가 짧은 질문 하나를 던지고 반응까지 살펴보면 좋겠다.     


*3줄 요약

○두 눈 버젓이 뜨고 대화하는 상대가 실은 딴 생각 중일 수도 있다.

○들은 사람이 접수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여 다시 피드백 받아보자.

○상대가 가만있으면 말한 사람이 간단한 질문으로 다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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