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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y 30. 2024

@1109 <자주 생기지 않는 일도 한 번 고생했으면~

@1109

<자주 생기지 않는 일도 한 번 고생했으면 잘 적어두고 대비하자>     


1.

“소장님, 간판 불 좀 갈아 주셔요.”

출입문 위쪽 간판에 형광등이 깜박거린다. 상가 관리소장님이 손재주가 워낙 좋으신 분이라 이럴 때마다 번번이 신세를 진다. 불현듯 지난번 도움을 청할 때 일이 떠오른다.     


2.

4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형광등이 나가서 소장님께 SOS를 쳤다. 다른 직원분과 함께 커다란 사다리까지 가져오셨다. 간판 껍데기를 벗기고 보니 40와트 기다란 형광등 4개가 들어 있다. 2개는 완전히 꺼졌고 나머지 2개는 양 끝이 거무스름하다.     


“형광등 좀 사다 주셔야겠네요.”

낭패다. 대기실에는 환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시고 15분 뒤에는 진료 예약까지 있다. 다른 선생님들은 더 바쁘신 상황이라 따로 부탁할 사람도 없다. 슬리퍼 신고 냅다 달린다. 그 제품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근처 전파상을 싹 뒤져 겨우 사왔다.     


3.

“어, 2개만 사오셨네요? 4개 다 갈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추운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녀왔건만 당황하느라 순간 바보가 되었다. 거북이는 다시 달린다. 아까 그 전파상으로 바로 달려간다. 얼른 2개 더 사서 뛰어온다. 운동부족을 실감하며 숨을 헐떡인다. “어라? 스타터도 같이 나갔나 보네요.” 소장님이 더 미안해하며 쳐다 보신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어서 달리지 않고.      


오늘만은 다르다. 에버노트에서 간판 관련 메모를 켠다. “형광등 40W 4개 사와서 전부 갈기, 만일을 위해 스타터 2개도 확보, 형광등은 A전파상, 스타터는 B전파상에” 점심시간에 미리 사두고 연락드리니 단 10분 만에 상황 종료다.     


4.

웬만한 업종의 전문직이라도 업무의 90%는 같은 일의 반복이다. 일반인 생각에는 엄청 다양한 일들이 교대로 생길 줄 알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여기서 일 잘하는 비결이 바로 나온다. 곤란을 겪을 때마다 문서로 저장해 놓으면 다음번에는 너무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완전 껌이다.     


“저도 그렇게 잘하고 있거든요?”

함정이 하나 있다. 자주 겪는 일은 누구든 정신집중해서 디테일까지 챙기지만 어쩌다 한번 터지는 장기 이벤트에는 마음을 쉽게 놓아 버린다. 3일에 한번 생기는 일은 누구든 실수없이 잘 해내지만 3년이나 10년에 한 번 벌어지는 일에서 그 사람의 진짜 전투력이 드러난다.     


5.

“3년 뒤에는 분명 이 회사 안 다녀요. 안 챙겨도 괜찮아요.”

그러다 예기치 않게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아 5년 근무할 기회가 생기면 어쩔 텐가. 미리 대비하지 못해 그 기회를 놓치면 누구 잘못인가. 잔머리 쓰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가자. 어떤 일이라도 내가 고생한 일은 내 평생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자.     


*3줄 요약

○한번 실수한 내용만 잘 적어두어도 업무력은 금방 올라간다.

○자주 생기지 않는 일이라고 방심하면 나중에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몰랐던 내용을 알아가며 나아지겠다는 성장형 마인드 셋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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