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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y 31. 2024

@1110 <회사에서는 철저히 집에서는 느슨하게~

@1110

<회사에서는 철저히 집에서는 느슨하게 적절한 이중인격으로>     


1.

“다시 확인 좀 할게. 먼저 야채 200g 볶은 뒤 소금 3g을 5분 뒤에 넣으라는 말이지?”

“어휴, 그냥 적당히 해서 좀 먹자. 안 죽어.”

오랜만에 아빠 요리사를 선보이러 부엌에 들어간 남편. 요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와이프에게 레시피만 30분째 묻고 있다.     


2.

와이프에게는 이런 남편이 융통성 없고 답답해 보일지 모른다. 그 동안 회사에서 업무력 만렙 김상무 소리 듣기까지 부단히 노력한 결과로 생각하자. 작은 실수하나 놓치지 않고 예리하게 잡아내는 그 안목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남들은 그냥 스쳐 지나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인사이트를 발휘해 왔다.     


100가지 일을 하다 보면 삐꾸 2개는 나올 수 있다. 어찌보면 사람이 하는 일에 그 정도 실수는 너무 당연하다. 다만 치열한 생존경쟁 현장에서는 오차율 0%를 향해 달리고 있다. 김상무는 꼭꼭 숨어있는 그 2가지 에러를 찾아내기 위해 다시 확인하고 또 의심한다.     


3. 

그 상황이 일상에서는 반대로 해석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놀러 가다 보면 한두 가지 정도는 누구든 깜빡한다. 더 철저히 챙겼어야 한다고 버럭 하면 다들 김상무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회사에서는 엑셀런트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진상 짓으로 밖에 안 보인다.     


회사 업무 끝내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걸치고 있던 겉모습을 홀라당 벗어던지자. 옷까지 모두 벗으면 인터넷에 뜨게 되니 업무적 페르소나만 공손히 내려놓자. 사무실에서 선보인 그 칼 같은 예리함은 퇴근 이후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아니 쓸모는 고사하고 개인의 삶에 방해만 된다.     


4.

그 입고 벗고를 바로 못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용 페르소나를 집까지 걸치고 들어와 계속 떽떽거리고, 가정용 페르소나 그대로 출근하여 회사에서도 어리광을 부린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가정에서 무시당하고, 친구 사이에 인기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 매일 깨지는 메커니즘이다.     


업무를 할 때는 2%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열정이 중요하다. 사적인 공간에서 2% 실수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가는 배려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하나의 캐릭터만 고수하거나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정반대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있으면 인생이 무척 피곤해진다. 주위 사람들은 백배 더 괴롭다.     


5.

“어이, 여기는 회사가 아니라 집이에요.”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의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면 레드썬 외치며 박수 한 번만 치자. 아차 하며 정신 차릴 기회만 주면 된다. 출근하고도 엄마 아빠 찾고 있으면 김대리 자네만 우리 팀원이라고 정확히 알려주자.   

   

*3줄 요약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사람은 매사에 철두철미하다.

○퇴근 이후에도 업무용 모습을 유지하면 남들에게 민폐다.

○때와 장소에 따라 필요한 페르소나를 바로바로 장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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