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 VS 안정적이다?

@소통잡화점 658

1.

"술 마신 뒤 타이레놀 먹으면 안됩니다."


의료인이 아니라도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상식이다. 술이나 타이레놀이나 모두 간에 부담을 주게 되니, 겹치면 안좋을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안전하지 않은' 행동이다.


"에이, 괜찮아. 술마시고 머리 아플때, 타이레놀 한알 먹고 푹자면 딱 좋던데."


어디까지나 본인선택이다. 지금껏 별일없이 지냈을 수도 있지만, 언제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하지 말라고 하는 것 뿐이다. 안전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해서 항상 사건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

"그냥 이 학과에 지원하면 안될까요?"


담임선생님은 고민스럽다. A의 말대로 원서를 써주자니 성적이 너무 들쭉날쭉이다. 그 학과 커트라인은 100점인데, 모의고사는 150 130 85 90 95점이다. 평균은 110점이지만 5번중 3번은 불합격 점수다. 써주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성적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불안하다.


반면 B에게는 고민없이 그 학과를 지원하라고 말한다. 평균은 103점 이지만, 104 105 102 103 101점이다. 늘 일정하게 성적이 나오니, 크게 오차가 생길 것 같지도 않다. 안심이 된다.


3.

안전하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적이라는 말도 긍정적인 느낌이 든다. 둘다 덜 위험하고 괜찮다는 뉘앙스를 준다.


만일 안전하기는 한데 안정적이지 못하면 어떨까. 빨간불 들어올 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안전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안전한 범위안에서 위아래 파도타기가 너무 심하다.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한번 크게 튀어오르면 어쩌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속이 편해질 것 같다.


반대로 안정적이기는 한데 안전하지 못하면 어떨까. 늘 일정한 결과가 나오니 결과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안전한 범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 안정적인 수치를 안전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마음이 편해진다.


4.

나는 환자를 진료할 때 이 2가지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가 더 빨리 효과를 보고 좋아지면 제일이겠지만, 위험한 일은 절대 생기면 안된다.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늘 일정한 마음을 먹으려고 애쓴다. 내 기분따라, 내 피로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판단기준이 오락가락하면 환자분은 불안해진다. 상대가 돈이 많든 적든, 나에 대해 호의적이든 적대적이든, 이 상황의 치료에 대한 나의 견해는 늘 일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이어야 신뢰가 생긴다.


5.

안전성과 안정성은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실력좋은 골키퍼에 해당하는 수비영역일 뿐이다.


경기에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 한다. 안전과 안정의 바탕위에 내 실력을 얹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환자분의 안전을 생각하고, 일정한 판단을 하면 무엇하겠는가. 성공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면 다 헛수고다.


안전과 안정의 기초위에, 나만의 성을 높이높이 쌓아올리며 노력하고 있다. 하루하루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부지런히 실력을 쌓는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좋은 결과로 주욱 이어져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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