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소한 일은 없다

@소통잡화점 659


1.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팀장님도 신입시절이 있었을까. 지금처럼 하챦은 일만 허구헌날 반복하고 있으면, 언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할지 암담하다. 나도 팀장님처럼 저렇게 중요한 일을 맡아서 멋지게 해내고 싶은데, 도통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한번 믿고 맡겨 주시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왜 믿지 못하시는 걸까.


2.


허준은 유의태밑에 들어가 약초꾼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이미 수년이상 잡무를 맡아온 선배들은 텃세를 부리고, 허준에게 거짓정보를 흘리며 골탕을 먹인다. 아직 약초를 볼줄 모르는 허준은 약에 쓰지도 못할 엉뚱한 풀뿌리만 잔뜩 캐어와 중간관리자에게 혼난다. 두둥 그때 유의태 등장. 허준이 캐어온 풀뿌리를 유심히 살피더니, 대뜸 약재팀장으로 임명해 버린다.


3.


"이놈들, 내가 너희들 잔머리수법은 다 알고 있다. 곡괭이로 대충 빨리 할당량만 채워서 내려왔지? 여기 허준이 캐어온 약재를 보아라. 약재종류를 보지말고 캐어온 솜씨를 보란 말이다. 온갖 정성을 다해 캐내었으니 이렇게 잔뿌리 하나하나 다 살아있지 않느냐. 약초를 진지하게 대할 줄 모르는 네놈들보다 백배 낫다."


4.


초보가 무술을 배우려 찾아가도 고수는 늘 마당청소 3년에 빨래 3년을 기본으로 시킨다. 노동착취 아니냐며 다들 투덜거릴때, 우리의 주인공은 매순간 진지하게 임한다. 어느날 스승이 빗자루질하는 포즈를 살펴보게 되고, 몸통회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 성과를 확인한다. 그날부터 실전훈련이 시작된다.


5.


세상에 하챦은 일은 없다. 중요한 일 따로, 잡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진 중에도 환자만 잘 치료하면 그만이라며, 챠트정리 검사기록정리 예약관리 같은 일은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치료에 연결된다. 하나를 잘 못하는데, 다른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의 태도는 한결같기 때문이다.


6.


사자는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막연히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훈계성 멘트가 아니다. 오늘 사자의 눈앞에 사슴이 아닌 토끼가 나타난 것 뿐이며, 그 토끼를 못 잡으면 사자식구는 오늘 굶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새끼사자는 굶어죽을 수도 있다. 토끼를 대하는 사자의 마음은 그만큼 절실하다. '토끼 정도는 잡아도 그만 놓쳐도 그만이지만, 이왕이면 사자답게 최선을 다해보자' 그런 여유있는 마음이 아니다.


7.


"김대리가 그렇게 궁금해하니 말해주지. 3일전 사무실 이전에 대해서 회의한 내용, 정리해두라고 했는데 아직 안했지? 지난주 출장다녀온 보고서 올리라고 했는데 아직이지?"


/"아, 그야 그리 급한 일이 아닌것 같아서요... 안그래도 곧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8.


아무도 나에게 관심없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나를 지켜보고 있다. 사무실안 허공에는 투명CCTV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사소한 일이라고 대충하지는 않는지 남들은 다 안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리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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