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2
<완벽한 합의가 능사일까 : 소통은 하되 합의에 얽매이지는 말자>
1.
“이제 더 이상 다른 의견 없죠? 그럼 만장일치 통과입니다. 땅땅땅.”
김팀장은 오늘도 대단한 역사를 이루었다. 우리 사무실은 민주주의 제도의 결정체다. 어떤 일을 결정하든 끝까지 대화와 타협을 한다. 모두 찬성하는 최후의 그 순간까지.
2.
나 역시 한때는 ‘완벽한 합의’에 목숨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면 몇 날 며칠 계속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과하다 싶은 부분은 타협을 위해 변경하기도 했다. 마침내 적절한 합의안을 만들어 낸다. 이제 우리 모두의 단일안이 나왔다며 흐뭇하게 생각했다.
다시 돌아보면 그저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비난받기 싫고 나 홀로 책임지는 부담마저 피하려는 소심한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무슨 결정 하나 할 때마다 엄청난 시간과 정신력을 써야 했다. 나도 지치고 팀원들도 힘들었다. 그때는 그 방법만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3.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완벽한 합의를 꿈꾸었지만 이제는 때때로 합의를 포기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판단이 옳고 기꺼이 책임질 각오까지 되어 있다면 그대로 밀어붙일 때도 많다. 합의에만 집착하느라 내 결정이 변질되면 나 역시 책임지기 어려운 돌연변이만 남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일방 통보를 하지는 않는다. 일정 수준의 진지한 소통을 거치며 나의 뜻을 충분히 전달한다. 서로 오해가 없고 상대 의중을 충분히 납득하게 되었지만 끝까지 동의는 못하겠다면 방법이 없다. 내가 리더로서 책임질 일이니 그 무거운 숙명을 등에 지고 단호하게 결정한다.
4.
중요한 결정일수록 만장일치는 어렵다. 타성을 이겨내고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결정적인 판단이라면 분명히 누군가 반대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래지향적인 선택은 존재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내 뒤통수를 향해 투덜거리고 다른 사람은 불만 섞인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오래될수록 모두의 동의를 얻으려는 충동이 강해진다. 그 블랙홀 같은 만장일치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어느 수준까지 소통을 시도할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에 달렸다. 그 판단에 당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렸다.
5.
“저의 제안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걸 보니 다행입니다.”
문제점의 수선이 아닌 프레임을 바꾸는 레벨의 의견이라면 누군가의 반발이 필수다. 다들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면 당신이 핵심을 놓쳤을 가능성이 많다. 소통의 끈은 놓지 않되 완벽한 합의에 대한 환상은 버리자.
*3줄 요약
○너무 완벽한 합의만 추구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다.
○리더는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모두의 동의를 얻으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