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6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 : 피상적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1.
“그 내용은 저도 알아요.”
“한번 설명해 보실래요?”
“그게... 저... 잘 모르겠네요.”
정말 신기한 일이다. 3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 단어가 머릿속에 LED로 환하게 켜져 있었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을까.
2.
정보를 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있다. 들은 내용은 많지만 아는 내용이 별로 없는 증상을 보인다. 검색하다 우연히 스쳐지나 갔는지, 대화중 누가 우연히 내뱉은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튼 본인 눈이나 귀를 한번 스쳐 지나간 정보임은 분명하다.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질문을 한 번 해보자. 휴가 중 여행지에서 어떤 사람이 눈에 자꾸 밟힌다. 우리 회사 사람인가? 아파트 주민인가? 이 정도 느낌만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 아는 척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낯선 사람은 아니고 어디선가 마주친 적 있는 사람인가 보다’하고는 제 갈 길 계속 간다. 안면 있는 정도로는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3.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5배속, 2배속으로 속도를 올려 초고속 랩 강의를 듣는다. 낯선 교재의 내용이 강사의 입에서 내 귀를 후딱후딱 스쳐 지나가니 다 안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에서 틀려도 변명을 한다. “분명 아는 내용인데 실수했어요.”
유튜브에 유익한 강의들이 참 많다. 일일이 책을 찾거나 검색하기 힘들 때 꽤 유용하다. 하지만 그냥 듣고 지나치면 절대 내 지식이 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급 슈퍼 천재가 아닌 이상 어떻게 한번 듣고 다 외우겠는가. 중지하고 타이핑하거나 화면 캡쳐해서 저장하며 복습이라도 해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4.
사람 기억력에 대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연구가 유명하다. 한번 학습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어버리는데, 복습하면 훨씬 오래간다는 내용이다. 1일 뒤, 7일 뒤, 1달 뒤를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확실한 장기기억으로 붙잡아두지 못하면 뜬구름처럼 아는 듯 착각만 하게 된다.
장기기억으로 잘 간직하려면 ‘능동적 출력 과정’이 효과적이다. 남에게 설명해 보거나 DB에 남기는 과정이면 좋겠다. 듣거나 보는 과정은 철저히 수동적이다. 한 번이라도 능동적으로 말하거나 써보면 훨씬 오래간다. 모래사장 글씨가 시멘트 공사 위 낙서처럼 분명하게 각인된다.
5.
“잠시만요. 아, 이제 생각났어요. 정리해 둔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이제 떠올랐습니다.”
학교 공부를 하든 업무를 배우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늘 조심하자. 지금 확실히 아는 듯싶어도 후일을 위해 한 번 더 쓰면서 출력해 보자. 나중에 찾아볼 기록물까지 덤으로 생긴다.
*3줄 요약
○어렴풋이 눈에 익은 지식을 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한 번 듣거나 보는 경험만으로는 완전하게 알 수 없다.
○능동적인 출력 과정을 거치면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