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1
<책임지라는 말의 한계 : 판단은 언제나 나의 몫>
1.
“지금 그 말씀 책임 지실 수 있어요?”
1분 전까지 자신 있게 설명했다. 지금의 이 상황은 이렇게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대견하다. 그러다 의뢰인의 마지막 멘트에서 딱 걸린다. 과연 책임진다고 말해도 괜찮을까.
2.
이런 일은 서로 간의 지식 차이가 많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자주 벌어진다. 자동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때 아랫배가 살살 아플 때 보통 사람들은 이유를 모른다. 전문가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다. 그들이 결론 내린 말을 듣고 수긍이 가면 해결을 맡긴다.
물론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들어도 태반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처럼 상대의 외모와 말하는 분위기를 유심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들면 그의 말에도 동의하기로 한다.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하는 방식이다.
3.
“내용을 들어도 잘 모르겠고, 그 말씀에도 믿음이 안 가는데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라고 한들 내 눈에 불한당처럼 보이면 아무 소용 없다. 내 차와 내 몸을 맡겨야 하는데 내가 마음 편히 믿고 맡길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바로 이때 나오는 멘트가 ‘책임론’이다. 당신에 대한 신뢰는 2% 살짝 부족하지만 결과를 무조건 책임지겠다고 하면 한 번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말대로 잘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환불을 해주든 다른 방법을 쓰든 상대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내가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본인 판단에 자신이 있다 해도 이런 요구까지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까.
4.
사람이 하는 일 중에 100% 확실하게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수많은 경험과 이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할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통을 잘하지 못하여 자신이 느끼는 확신 그대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상대의 진짜 실력이 부족하든 잘 설명하지 못해 미덥지 못하게 보이든 아무 상관없다. 내 마음에 안 들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아야 한다. 나의 애매한 마음을 ‘책임’이라는 단어로 상대에게 보장받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내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
5.
“그 말씀은 저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완전 엉뚱한 내용을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생성형 AI나 유튜브, 인터넷 등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깔렸다. 만나러 가는 사람이 믿음직스럽지 않으면 상대의 말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웬만한 기초정보는 미리 조사해 보고 가자.
*3줄 요약
○신뢰가 부족할 때 책임을 묻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전문가의 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기본 지식을 갖추고 소통하면 확실하게 선택하기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