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661
1.
"왜 그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으세요?"
너무 답답하다. 이렇게 쉽게 말하는 데도 상대는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끔은 다 알아들었으면서 일부러 딴전 피우는 것은 아닌가 의심할 정도다. AI가 사람음성을 인식하는 과정속에 힌트가 있다. 전화기에 대고 "다음 주말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한마디만 던졌을 뿐인데, 사람도 아닌 AI가 어떻게 내 속마음을 알고 예약까지 받을까?
2.
AI는 사람의 말을 한번에 다 알아들을 수 없다. 인간이 아니므로 당연하다. 해결책은 단계별로 조금씩 정보를 쌓으며 완성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1단계로 말소리중 정보의 가치가 있는 키워드부터 찾는다. '다음 주말', '제주도' 2가지 단어가 포착된다. 제주도는 의미가 분명하지만 '다음 주말'은 애매하다. 추가질문으로 더 파헤쳐야 한다. '다음 주말은 9월 3일 토요일인가요, 4일 일요일인가요', '
3.
이제 키워드는 전부 파악했다. 다음은 나에게 필요하지만, 상대가 아직 말해주지 않은 정보를 보완할 차례다. '원하는 출발시간은?', '원하는 좌석등급은?', '좌석위치는 창가 or 복도쪽?'
4.
물을 때도 잘 물어야 한다. 여러가지 정보를 한번에 우루루 쏟아내면 대답하기 어렵다. 한 번에 3가지를 물으면 한두가지 대답하다 세번째 질문은 까먹기 일쑤다.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묻고 답해야 서로 편하다.
"출발시간?/ 10시", "좌석등급?/ 일반석", "좌석위치?/ 창가"
5.
이제 소통하는 방법을 조금 알겠다. 말하는 사람은 컨텐츠 난이도와 듣는 사람 이해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화하면 좋다. 일단 중요키워드 위주의 핵심문장부터 던진다. 듣는 사람은 키워드 하나하나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면서 들어야 하고 모르면 즉시 질문한다. 만일 말하는 사람이 마음이 급해 기나긴 문장으로 한번에 전부 내뱉으면, 듣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멘붕에 빠진다.
"김대리, 탕비실에 가서 A4용지 2묶음만 좀 갖다줘. 오는 길에 지난달 재고현황표도 3부 복사해주고. 참, 그리고 다음주 부서 회식장소는 지난달 갔던 중국집으로 예약해."
6.
물론 들어서 이해 못할만큼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전부 우리말이니까. 다만 하나하나 짚고 확인하지 못했으니, 미세한 불통사태가 벌어진다. 상대가 친절하게 잘 소통하지 못하면 도리가 없다. 듣는 입장에서 여백을 채워야 한다. 일단 키워드위주로 받아적고, 애매한 단어를 하나하나 확실히 체크해 보자. 역시 질문은 한번에 하나씩만 해야 한다.
"A4는 어떤 색상지?/ 컬러용지 파란색", "재고현황은 어떤 제품?/ IT관련기기만"
7.
키워드 정리가 끝났으면 이제 내 입장에서 따져 볼 차례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파악했지만, 상대가 모르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더 좋은 대안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이 '추론'이다. 주어진 데이터를 미루어 발전시켜 한단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8.
"지금 복사기 고장났는데 2시간뒤에 고치러 옵니다. 언제까지 필요하신지요. 급하시면 옆부서가서 복사해 오겠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번 회식때 부장님이 다음에는 횟집으로 잡으라고 하셨거든요. 어떻게 할까요?"
9.
말하는 사람은 자세히 말하기 귀찮아 하고, 듣는 사람은 다시 되묻기가 싫다. 그 사이에서 늘 애매하게 사건사고가 생긴다. 물론 입장이 바뀌어도 또 서로 마찬가지다. 대화할때 잠시만 서로에게 집중하면, 하루 스트레스의 절반은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