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에서 이기는 법

@소통잡화점 662


1.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싸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핏대높여 내 주장을 관철시켜야 할 때도 있다. 웬만하면 신경쓸 일 만들지 않고 좋게좋게 해결하고 싶지만, 필요할 때는 부딪칠 줄도 알아야 한다. 한판 붙기로 결심했으니 이왕이면 이기고 싶다. 상대가 눈을 부라리기만 해도 심장이 콩닥콩닥 말문이 막힐 지경인데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2.


우리 기억속 제대로 된 마지막 싸움은, 주로 어릴때 놀이터에서 였다. 그네타려고 줄서서 기다리는데 다짜고짜 저 녀석이 새치기하면 싸움이 벌어진다. 옆에서 어른이 교통정리 해주지 않는 이상, 대부분 덩치 큰 쪽이 이긴다. 아직 인간세상에 발을 디디기 전 동물의 왕국이라서 그렇다.


3.


성인의 말싸움은 다르다. 물론 술마시고 동물이 된 상태의 싸움은 별개로 한다. 말싸움에서는 체격이나 나이, 지위고하를 떠나 누구에게나 이길 기회가 있다. 그 기회를 누가 잘 포착할 줄 아느냐가 관건이다.


4.


핵심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단 일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내 모든 전투력을 이 한방에 집중시킬 마음을 먹어야 한다. 툭툭 여러번 자잘하게 잽을 날려봐야 아무 소용없다. 기운만 빠진다. 내가 아무리 힘이 없고 약한 존재라도 상관없다. 구석에 몰린 생쥐 제리가 벽을 타고 유턴하여 덤비면, 덩치 큰 고양이 톰도 속수무책이다.


5.


단,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나의 전투력이 부족할수록 더더욱 몸을 낮추고 기회를 잘 살펴야 한다. 다혈질로 우다다 쉴틈없이 속사포로 말을 퍼붓는 상대라도, 30분내내 소리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참 열을 올리고 말하다 지쳐서, 잠시 쉬려고 하는 그 순간을 잡아야 한다.


6.


지금은 상대가 무방비상태다. 순간적으로 에너지수위가 바닥으로 떨어져 기진맥진해 있다. 10분간 말도 안되는 소리를 묵묵히 들어주며, 이 타이밍을 포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거의 승기를 잡았다. 이제 상대는 툭 치기만 해도 쓰러진다. 목소리를 낮추고 담담한 톤으로 한마디 던지면 끝.


"당신이 술마시고 2시에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충분히 알겠어. 그런데 이번 달에만 연락없이 2시에 들어온 적이 2번, 3시가 3번이야. 1달에 5번은 좀 심하지 않아?"


7.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마 양심에 찔려 반박하지 못하지만, 상대도 체면이 있으니 마지막 반격은 한다. 그냥 들어주면 된다. 궁지에 몰린 쥐는 도망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 법이다. 나도 살다보면 그렇게 열받는 날이 있다며, 이해한다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상대는 더 부끄럽고 할 말이 없어진다. 자, 이제 실전이다. 어디 말싸움해볼 사람없나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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