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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6. 2024

@1181 <담아둘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 : 퍼펙트~

@1181

<담아둘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 : 퍼펙트 데이즈 1>     


1.

“김대리 결혼식은 정말 가기 싫은데 말이야.”

김대리는 늘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꼭 상대방 기분 나쁠만한 말만 골라서 한다. 그래도 사무실 바로 옆자리 동료다. 미우나 고우나 결혼식에는 참석해야겠다. 아, 진짜 가기 싫다.     


2.

“김대리 오늘 완전 멋진데요. 영화배우인 줄 알았잖아요.”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대리는 정말 연구 대상이다. 똑같이 김대리한테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인사치레는 너무도 잘 한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온 기분이라 빨리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대리는 은근히 김대리가 좋은가 봐요?”

“아뇨, 결혼식만 아니면 오늘 같은 휴일에 절대 안 나왔죠.”

비결이 궁금하다. 알고 보니 이대리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누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 즉시 반대쪽 귀를 열어 그대로 통과시킨다고 한다.      


3.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공원에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보며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담는다. 집에서 인화한 사진을 살펴보며 심사한다. 통과한 사진은 철제 상자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찢어 버린다.      


나도 그런 경험을 자주 한다. DSLR 카메라를 들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집에서 컴퓨터로 돌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많다. 처음에는 모두 다 저장했는데 나중에 수백수천 장이 쌓이니 잘 나온 사진도 찾기 힘들었다. 모든 일에 집중할 수 없으니 소중한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야 하나는 교훈을 얻었다.     


4.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일을 겪는다. 의미 있고 재미난 순간이 있는가 하면 짜증 나고 답답한 시간도 많다. 그 모든 기억을 마음속에 담고 지내니 점점 일상에 지쳐간다. 직접 보고 들은 일이라도 내가 신경 써서 마음속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뭐 그런 일을 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바람은 내 뺨을 스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시냇물은 내 발을 적시고 어느새 저 멀리 흘러간다. 굳이 애를 써가며 가두고 담으려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5.

“명절에 집에 가기 싫어요, 스트레스만 받을 텐데요.”

명절은 명절이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다. 가족이든 친구든 합이 맞는 사람이 있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존재도 있다. 상황에 맞는 적당한 태도만 취하면 된다. 과연 남들은 죽고 못살 만큼 당신이 좋아서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겠는가.     


*3줄 요약

○무수한 경험과 감정을 모두 간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순간만 골라서 마음에 담아두자.

○원치 않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은 과감하게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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