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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7. 2024

@1182 <귀를 열어야 소통이 된다 : 퍼펙트~

@1182

<귀를 열어야 소통이 된다 : 퍼펙트 데이즈 2>     


1.

“소리도 잘 안 들리면서 이 사람은 보청기 할 생각을 안 해요. 귀찮다고요.”

그가 보청기에 관심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본인 뜻대로 끝까지 고집부리겠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을 “귀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부른다.     


2.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귀가 열린 인물이다. 새벽마다 화장실 청소 출근하는 사람이 알람시계조차 맞추지 않는다. 이웃집 할머니가 빗자루로 집 앞을 쓸어내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뜬다. 늘 귀가 뚫려있다는 암시다.     


그의 평소 취미는 올드팝 감상이다. 소형차로 근무지를 오갈 때마다 60년대 주옥같은 음악을 듣는다. 그 흔한 mp3도 아니다. 박물관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카세트테이프를 끼운다. 하나같이 가사에 심오한 메시지가 담긴 그 시절 명곡들이다. 음악이 흐르면 그 의미를 되새기며 금방 빠져드는 모습이다.      


3.

히라야마와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 타카시의 귀는 장식품에 가깝다. 오랜만에 찾아온 학교 동창은 타카시의 귀를 만지는 느낌만 좋아한다. 타카시의 여자친구는 히라야마의 테이프 속 음악에 푹 빠지지만 타카시에게 그 테이프는 여자친구와 하룻밤 보낼 돈을 마련할 비싼 희귀템으로만 보인다.      


귀가 열린 사람은 귀가 막힌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어렵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으니 공감 없는 피상적 관계에 그친다. 결국 타카시와 여자친구는 헤어진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히라야마에게 테이프를 돌려주러 따로 찾아온다. 영적으로 통한다고 느꼈는지 고령인 히라야마 뺨에 살짝 뽀뽀를 한다.     


4.

귀가 막힌 사람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도 아주 잘 지낸다. 어차피 남의 의견에 관심 없으니 옆에 누가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반면 귀가 열린 사람은 주위의 작은 변화에도 늘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무덤덤하게 외면하려 해도 어느새 그들의 말이 가슴속을 파고들어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아픈 과거사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사연으로 가족이나 세상과 단절한 채 화장실 청소로 생계를 해결하고 작은 방 한 칸에서 화초를 키우며 산다. 귀가 열린 그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야만 상처를 받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과 대화도 별로 나누지 않는다. 나름의 ‘퍼펙트 데이즈’가 비로소 완성된다.   

  

5. 

주위에 귀가 꽉 막힌 사람이 있는가. 그와 싸우거나 합의하겠다는 생각은 얼른 접어라. 그가 남의 말을 듣겠다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싸움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귀가 열려 공감지수가 높은 당신에게는 무척 고통스럽겠지만 언제든 이별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3줄 요약

○귀가 열린 사람은 주위 환경에 민감하고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하다.

○귀가 막힌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무관심하여 피상적인 관계에 그친다.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솔루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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