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
<낄끼빠빠의 미학 : 남의 대화에 끼어들어 중재하고 싶다면>
1.
“둘 다 조용히 하고 잠시 내 말 좀 들어봐.”
참다못한 C가 끼어들었다. A와 B의 대화가 지루하게 이어지자 결국 C가 발끈하고 나섰다. 서로 엉뚱한 말만 주고받는 듯하여 너무 답답했다. 교통정리만 조금 해주면 바로 해결될 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2.
제3자가 대화에 끼어들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옆에서 잠시 지켜본 정보 만으로는 A와 B의 생각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숨겨진 속내가 더 있는지 의도적으로 저러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 심지어 일부러 동문서답만 늘어놓으며 상대방 진빼기 전법을 구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새 ‘낄끼빠빠’라는 속어가 일반 명사처럼 쓰이게 되었다. 이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이다. 욱하는 기분에 아무 때나 발을 들이밀면 모두에게 민폐다. 분위기 파악 못한 채 계속 그 자리에 버티고 있어도 다들 짜증만 난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3.
“내가 들어보니 A 네 잘못이 확실한데 왜 자꾸 변명만 늘어놓는 거야.”
C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마디 툭 던졌다. 지금까지 B를 향했던 A의 공격 좌표가 C로 옮겨간다. B 역시 흐름이 끊겨 반격 찬스를 잃었으니 C가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정리되어가던 분위기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된다.
물론 다들 C의 본심은 너무도 잘 안다. A, B 모두를 아끼고 애정 하는 나머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큰 상처입지 않도록 수습을 도우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만 너무 앞서서 탈이다. 두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남 일에 끼어드는 역할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위험한 시도다.
4.
“그럼 하자 세월 다투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하나요?”
A와 B 중 누구라도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가. 수신호를 받고 진입했으면 무죄다. 혼자 생각으로 대뜸 밀고 들어갔으니 그 이후의 모든 일은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다.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당신 안목과 판단력이 엄청나게 탁월하여 A와 B를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을 때만 기꺼이 끼어들어라. 어떻게든 한마디 거들어보려는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대충 끼어드니 문제다. 이제 A, B, C 세 사람의 다툼으로 오히려 전쟁이 확대된다.
5.
“지금 A가 말하는데 B 너는 왜 자꾸 중간에 말을 자르고 그래? 일단 끝까지 들어봐.”
합법적으로 끼어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한 가지 의사진행 발언뿐이다. 손석희나 유재석 같은 사회자 역할이다. 대화 과정이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돕기만 해도 훨씬 소통이 잘 된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침묵이나 지키라.
*3줄 요약
◯타인의 대화에 끼어들 때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분별한 개입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의사진행 발언처럼 중립적이고 건설적인 개입은 효과적이며 최후의 보루는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