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6
<당신의 말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을까 : 쉽게 말하는 용기>
1.
“미팅 어젠다 정리해서 인발브된 사람들한테 샤라웃 해주세요.”
신입 최사원은 귀를 의심한다. 분명 한국 사람끼리 주고받은 말인데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다. 되물으면 까탈스러운 김대리 분명 화낼 텐데. 참고로 어젠다는 주제, 인발브는 관계있는, 샤라웃은 공지라는 의미다.
2.
대부분 사람은 일주일 내내 동지들 속에서 생활한다. 직장인이든 전업주부든 의료인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용어’를 서로 주고받지만 그들끼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그 그룹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에게 용어를 빨리 외우라고 강요하기까지 한다.
한 번은 어느 환자분이 진료실에서 계속 ‘고터 고터’ 하시길래 무슨 말인지 대놓고 여쭤본 적이 있다. “어머나, 원장님 고터도 모르세요? 고속 터미널이잖아요, 호호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세, 강세’ 같은 단어도 너무 흔하다. 신촌 세브란스와 강남 세브란스다.
3.
“수술하신 다음에 팔로우 업은 언제 하셨나요?”
만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환자들은 십중팔구 이해하지 못한다. 팔로우업은 의학에서 수술 같은 중요한 이벤트를 마친 뒤에 이어지는 후속 조치 일정을 말한다. 요즘은 다른 업종에서도 종종 사용하지만 나는 안 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해지면 자칫 일반용어라고 착각하기 쉽다. 아무에게나 그런 말을 툭툭 내뱉는다. 상대가 그 말을 이해 못 하면 깔깔거리고 상대방은 무안해한다. 대화의 효율을 위한 기술이라며 변명하기도 한다. 다 좋다. 대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끼어있으면 언제든 쉬운 말로 바꿔서 말하자.
4.
“최사원도 어서 이런 용어를 익히세요. 그래야 일을 잘할 수 있어요.”
우리끼리만 통하는 말을 쓰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은밀한 우월의식을 갖기도 한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끔은 영어도 아니고 콩글리시도 아닌 괴상망측한 단어로 대화하는 상황도 자주 목격한다. 멋있는 척하려고 귀동냥으로 들은 말을 적당히 섞어 쓰지만 각자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도 드물다. 대충 이런 뜻 아니냐며 얼버무리기 일쑤다.
5.
‘최사원은 입사 한 달 밖에 안된 분이지? 헷갈리지 않게 정확히 말해야겠네.’
지금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기도 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내 지식이 얕다고 깔보지 않을까?’ 말이든 글이든 무조건 쉽게 전해야 최고다.
*3줄 요약
○전문용어와 약어를 남발하면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여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쉽게 설명하면 좋다.
○쉽게 말하려면 의외로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