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 확률보다 중요한 판단력>
1.
“제발 믿어주세요,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니까요.”
“벌써 세 번이나 거짓말했잖아. 이제 고마해라, 마이 당했다 아이가.”
보통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신뢰의 중요성 관점으로 많이 해석한다. 확률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어떻게 될까.
2.
마을 이장님은 고민에 빠진다. 저 소년이 벌써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지만 오늘은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눈물 찍 콧물 찍 하는 폼이 진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다, 흔들리지 말자. 오늘까지 도합 네 번 중 한 번이 진짜라도 25% 밖에 안된다. 확률적으로 볼 때 안 믿는 편이 낫겠다.
이런 사고는 확률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통계는 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최대한 안전하게 분석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검증을 거쳤으니 더 믿음이 간다. 머릿속 막연한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확인되었으니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없다고 여긴다. 전제조건을 다시 살펴보자. 95% 신뢰구간을 벗어나는 5% 오차는 처음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3.
이런 패턴은 의외로 널리 퍼져있다. 김전무가 신입 이사원 제안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는 이유는 꽤 합리적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일 처리하고 판단했던 업무의 성공률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확률적으로 볼 때 이번에도 김전무 본인 생각이 이사원 아이디어보다 옳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탁월한 사람은 확률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숫자로 증명되어 신뢰구간에 속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경우의 수를 무조건 무시하지는 않는다. 혹시 이사원 말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겸허한 자세로 모든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사원 제안도 잠시 진지하게 들어보자.
4.
확률적 사고를 선입견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수학적 검증을 마쳤으니 확실한 정답이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따지려면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이만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아주 많다. 대조군을 정하여 이중맹검 실험을 통과한 내용대로만 선택하려고 들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 정반대 방향의 가설 2가지가 각각 옳다는 데이터를 보고하기도 한다. 인과관계도 없고 확률적 증명도 안되지만 오랜 세월 경험으로 살아남은 지식도 많다.
5.
“너는 장난을 일삼는 괘씸한 녀석이지만 오늘 네 말은 평소와 달라 보이는구나. 일 처리는 안전하게 해야 하니 일단 늑대부터 쫓아내러 가자.”
언제나 선택과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그 어떤 연구결과나 데이터도 100%를 장담하지 않는다. 95% 확률이 틀리고 5%가 맞을 수도 있다. 판단력을 계속 키워야 하는 이유다.
*3줄 요약
◯확률과 통계는 유용하지만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데이터 분석에 의존하되 소수의 가능성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의 판단력과 상황에 대한 통찰력이 가장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