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사람이란? : 뇌의 완성단계>
1.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말랐으면서 어딜 감히!”
세상 경험이 부족한 풋내기를 얕잡아 볼 때 ‘머리의 피가 안 말랐다.’는 말을 자주 한다. 머리 피가 마르면 어떻게 살 수 있는가. 이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2.
이 표현은 근거 없는 괜한 말이 아니다. 실제 의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머리는 두개골을 말한다. 사람 뼈는 절대 안 변하는 강철이 아니다. 두개골을 비롯한 모든 뼛속에는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지나고 있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물질들의 도움을 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조직으로 바뀐다.
뼈가 부러질 때 깁스를 하고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낫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 뼈가 재생되면서 알아서 붙는다. 다른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 제자리에 이쁘게 붙으라고 석고를 발라서 단단하게 고정만 해준다. 한 달 남짓이면 대충 붙는다. 원래대로 단단해지려면 1년 이상은 지나야 한다.
3.
단 두개골은 예외다. 몸 전체 다른 부분보다 훨씬 단단해야 한다. 다른 뼈가 다치면 시간을 두고 회복하면 그만이지만 두개골이 부서지면 뇌가 다친다. 뇌는 한번 다치면 거의 재생이 안된다. 무슨 수를 쓰든 지켜야 한다. 뇌의 보호를 위해 두개골은 재생을 포기하고 헬멧이 되기로 결심한다.
20대 이후부터 두개골 안의 모세혈관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면 거의 다 막히거나 사라진다. 이제 두개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가 된다. 피가 흐르지 않으니 오래된 뼈를 부수 지도 못하고 새로운 뼈를 만들지도 못한다. 단단한 상태 그대로 고정된다.
4.
이 현상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 뇌는 언제나 중요하지 않은가? 왜 구태여 20대 후반 그 시절부터 두개골의 특별경호가 시작될까. 딱 그 시점이 되어야 뇌가 제 역할을 모두 갖추기 때문이다. 사람 뇌의 여러 부분은 서서히 발달하는데 고도의 지적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20대 후반에야 완성된다.
20대 초중반까지는 뇌가 미성숙한 단계다. 개인차를 따질 필요도 없다. 인간 발달 과정 자체가 그렇다. 순간적인 감정에 판단이 흐려지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어렵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막 지났지만 아직 성숙한 결정을 내리는 성인이 되지는 못했다. 시간과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
5.
“30대가 되니 이전 행동들이 후회가 돼요.”
당신 주위로 ‘머리에 피가 마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좀 더 너그럽게 대하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서 그렇다. 당신 도움이 절실하다. 당신이 아직 어린 나이라면 30대 넘어선 어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자. 완성도가 낮아 보여도 당신보다는 훨씬 성숙한 사람이다.
*3줄 요약
◯‘머리에 피가 마른다'는 표현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다.
◯20대 후반은 되어야 두개골이 목숨 걸고 지킬 수준의 뇌기능이 완성된다.
◯20대 후반을 지나면 비로소 판단력이 좋아지고 성숙한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