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소통잡화점 664


1.


"팀장님은 정말 말이 안통해요."

"병원에 가면 의료진들은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해줘요."

"우리 엄마아빠는 본인이 하고싶은 말만 하세요."


소통이 안되는 관계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 쪽은 힘과 권력이 있고, 다른 쪽은 약자입장이다. 팀원들 인사평가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팀장님, 의료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식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의료진, 나이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자녀에게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부모님까지 모두 똑같다.


2.


세상이치로 보면 너무 당연하다. 아쉬운 사람은 투덜거리든 부탁을 하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상대편은 그 말을 들어줄지 말지 선택할 특권이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소통하자고 요청하고 상대는 거만하게 버틴다.


3.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러한 힘의 논리는 석기시대이후 변한 적이 없는데, 유독 최근 소통과 대화문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사상처음으로 그 힘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4.


팀장이 고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말 안듣는 팀원을 언제든 교체할 수 있어서 였다. 인구가 급격히 줄고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취업난 못지않게 구인난도 심각하다. 윗사람이라고 거만하게 팔짱끼며 유세부릴 입장이 아니다. 말한마디 잘 못하면 그대로 사표쓰고 나가버릴까 눈치를 살펴야 한다.


5.


의료진이 갑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체불가능한 전문성과 높은 진입장벽 덕분이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여러 의료진이 의과대학 강의수준의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도 조금만 노력하면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구가 줄면서 환자수 자체가 뚝뚝 떨어지는 반면, 의료진 숫자는 차곡차곡 늘어나는 것도 엄청난 타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의료진도 소통에 관심을 가지며 친절하려고 변신중이다. 열악한 의료진일수록 더 친절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6.


부모세대가 그동안 힘을 가진 이유는,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전통 덕분이었다. MZ세대는 더이상 묵묵히 침묵하지 않는다. 부당하면 목소리를 내고, 아니다 싶으면 독립해 버린다. 우리 한의원 어느 젊은 여성환자는, 고지식한 아버지와 오랜갈등 끝에 원룸얻어 독립을 해버렸다. 알바 200만원 벌어서 월세내고 용돈쓰면 괜찮다고 말한다. 설마하던 아버지는 딸이 진짜 독립해서 나가자, 1달만에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청했다.


7.


사람은 서로 건강하게 생각을 주고받고 대화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다. 힘의 논리에 따라 아쉬워지면 말을 꺼내고, 아쉽지 않으면 입을 닫아버리니 문제다. 대화를 하더라도 서로 상대방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상대방 태도가 돌변할테니 섣불리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8.


지금은 소통시대다. 아무 댓가없이 인격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며, 진솔한 대화를 건네는 사람이 대접받는다. 어떻게든 부려먹으려는 속셈말고 정말 나를 걱정해서 건강에 대해 묻는 팀장님, 본인에게 아무 이득이 없어도 30분 시간을 내어 건강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 본인 생각과 조금 다르더라도 자녀의견을 지지하며 끝까지 이성적 대화를 이어나가는 부모. 이제 우리 모두는 변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쫓겨서가 아니라, 이왕 어울려 사는 인생 재미있게 지내다 가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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