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
<끝이 좋으면 정말 다 좋은가 : 합리적인 과정의 중요성>
1.
“홈런, 홈런입니다, 번트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군요.”
번트를 대려다 두 번이나 파울을 냈다. 승리를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 1할대 타자가 홈런을 친다. 감독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2.
“결과가 좋으면 다 용서가 되죠.”
결과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쓸지 고민하는 이유도 결국 최선의 성과를 위해서다. 이렇게 홈런까지 쳤으니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번트 실패는 모두 잊어버리고 진심으로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면 선수는 충실하게 임무를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단한 미션이 아닌데도 실패했다면 평소 기본기 훈련을 게을리한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어떤 팀은 작전에 실패하면 홈런을 치더라도 벌금을 매긴다.
3.
결과 위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점점 요행수를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해도 우연히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성실하게 노력하던 구성원들까지 게을러진다. 간혹 안 좋은 방법을 써서라도 성과를 내야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당연히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대신 단계 단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판단을 잘해야 한다. ‘흥, 나 같은 강타자에게 번트를 대라니 말도 안 되지.’ 만약 고의로 번트에 실패한 선수라면 홈런을 치든 말든 2군으로 보내야 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기술이 부족하거나 운이 없었다면 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4.
“대출 풀로 당길 때 다들 잔소리 많았지? 이렇게 올랐는데 어떻게 생각해?”
비싼 아파트 몰빵 투자를 고집하는 모습에 다들 우려했다. 다행히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고 기대한 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끝이 좋으니 다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를 내다니. 앞으로 투자는 무조건 당신에게 맡길게.”
엄청난 결과에 판단력이 흐려지면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다음에도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을까. 선택의 기회마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올인을 하며 덤비면 딱 한 번만 실패해도 나락으로 간다. 합리적인 판단은 실패해도 재기의 기회가 있어서 좋다.
5.
“운이 좋았길래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뻔했네요. 번트 연습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연한 성공을 거둔 뒤 기고만장하여 허영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합리적인 과정이 없으면 그 결과가 성공이라도 실패다. 우연한 홈런보다 최선을 다한 번트 실패가 길게 보면 더 유익하다.
*3줄 요약
◯결과가 좋다고 모든 과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우연한 성공은 독이 될 위험도 있다.
◯좋은 결과는 합리적인 과정과 짝을 이루어야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