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15. 2024

@1225 <타인의 소식에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당신~

@1225

<타인의 소식에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당신 : 그 속에 숨은 진짜 감정>     


1.

“아드님이 의대에 합격했다고요? 축하드려요, 정말 기쁘시겠어요.”

“네, 저도 이제 의사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아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이 대화에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미묘한 포인트가 숨어있다. 바로 아들의 기쁨과 관계없는 부모 자신의 만족감이다.     


2.

“아들이 합격하면 당연히 기쁘지 않은가요?” 

맞는 말이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의 소식을 들으면 누구든 금방 감정 변화가 생긴다.      


자녀가 시험에 붙으면 하늘을 날 듯 기쁘고 떨어지면 세상이 무너질 듯 슬퍼진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자. 이런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     


합격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녀다. 부모 본인이 아니다. 의사로 살아가는 사람도 자녀이고 부모는 아무 상관도 없다. 자녀의 일을 내 일로 여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심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는 자녀 덕분에 의사 부모로 신분상승한 만족감으로 풀이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이다.     


3.

이런 관점은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더 분명히 드러난다. 자녀 본인이 덤덤히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생활하더라도 부모가 여전히 우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슬픔은 자녀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아니다. ‘내 계획이 틀어져서 불만족스럽다.’는 아쉬움에 가깝다.

     

부모의 이런 태도는 자녀에게 역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 엄마 아빠가 저렇게까지 슬퍼하시니 내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나도 더 슬퍼지자.’      


아이 본인이 실패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더라도 부모의 지나친 슬픔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4.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합격했다는 말을 들어도 펑펑 울까요?”     


자녀의 합격증이 아닌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기쁘거나 슬픈 이유는 아끼고 사랑하는 그 사람의 감정이 내게 전이된 결과이어야 한다.      


나에게는 소식이 아닌 ‘그 사람’자체가 중요하다. 그 소식이 내게 미치는 영향이나 이해관계는 아무 상관없다. 내게 너무도 소중한 상대의 감정 파도가 어느새 내 가슴속까지 몰아치는 중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교감이다.      


그렇게 순수한 공감을 할 때 상대방도 내 모습을 보며 진한 감동을 느낀다.     


5.

“정말 축하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정말 기쁘다.”     


공감은 그리 대단하고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따로 주판알 튕기거나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 사람의 기쁨이나 슬픔을 느끼는 순간 번개처럼 내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야 정상이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나는 아직 상대를 진심으로 위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3줄 요약

◯타인의 소식에 대한 감정 변화에는 이기적 욕망이 숨어있을 때도 있다.

◯진정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 그 자체에만 영향을 받는다.

◯내 이익과 연결 짓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1224 <친절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