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03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요?"
"기가막힌 방법 좀 알려주세요."
사람들은 항상 비법을 찾아 다닙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이것 하나면 모든 상황을 평정해 버리는 '비장의 필살기'가 세상 어딘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인피니티스톤으로 우주의 절반을 소멸시키거나, 동방불패가 규화보전을 손에 넣어 최강고수가 되는 장면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세계는 영화나 예능프로가 아닌 <리얼다큐>입니다. 누가 자막을 깔아주지도 않고 근사한 배경음악이나 CG도 없습니다. 그저 무덤덤하고 냉혹한 현실세계일 뿐입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많고, 실패후에는 게임처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실패후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남은 삶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지난번에 살펴본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매우 중요합니다. '백전백승'에 집착하여 매번 이기려고만 들면 어느 순간 뒷감당도 못할 무리한 방법을 쓰게 되고, 그러다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백번중 몇번이나 이기는 지도 중요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큰 실패를 하지 않는 편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바둑을 두며 묘수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악수를 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 이창호 국수의 인터뷰 중에서 -
이창호 9단이 22살 어린나이로 중국 바둑의 신 임해봉 9단과 맞붙었을 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리한 뒤 한 말이라고 합니다. 강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변칙적이고 특이한 공격을 하기보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기본에 충실하게 한수 한수를 두었다는 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지더라도 실력이 부족했다고 받아들인 뒤 수련을 더 쌓아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요.
만일 요행수나 꼼수를 두면서 상대의 실수를 기대했다가 지면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운이 없어서 졌을 뿐이야."
100원 동전 넣고 '한판만 더'하면 이번에는 꼭 왕을 깰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아~ 그런 기가막힌 방법이 있었다니!!!"
모두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엄청난 내공의 해결책입니다.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을 쌓은 최고전문가는 하수들과 다른 고도의 통찰력으로, 특이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신의 한수를 찾아내는 그 능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뭐? 그런 실수를 했다구?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할 수 있어?"
무엇에 홀린듯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입니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범하는 실책이 아닌, 황당한 수준의 실수를 말합니다. 한방에 상황을 역전시키려고 욕심부리거나, 자기 능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뛰어들면 이런 대형사고를 칩니다. 하수가 어설프게 고수 흉내를 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입니다.
"그냥 메뉴얼대로 대처했을 뿐인데요."
축구경기의 전술, 응급구조 방법, 환자의 치료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일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습니다. 메뉴얼은 오랜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책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때로 답답하고 고지식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스코어 그만큼 확실하게 검증된 해법도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떠올려야 할 해결책은 당연히 3번입니다. 교과서에 충실한 방법부터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기본적인 해결방법을 따르면 최소한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으니까요.
"에이~ 맨날 교과서만 쳐다보면 다 해결되나요? 실전은 그리 녹녹치가 않아요."
맞습니다. 세상일이 원리원칙만으로 잘 해결된다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그래서 한단계 더 수준높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1단계로 기본에 충실하여 되돌릴 수 없는 큰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다면, 2단계로 지금 상황을 잘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안목을 발휘해야 합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상식적인 대처방법인 기본 원리를 충분히 <배우고>, 처한 상황에 알맞는 맞춤식 해결방법을 떠올리려고 <생각까지> 겸비해야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기본기에만 지나치게 얽매이거나, 기본기도 없이 막연한 아이디어만 믿고 의욕에 넘쳐 덤비는 행동은 모두 별로입니다.
얼마전 후배한의사 한명이 찾아와 환자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선배님, 저희 어머니가 갑상선이 안좋으신데요, 한방으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지금 어머님이 내과치료 받으시면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
"아뇨, 한방으로 기력만 좋아지게 하면 어떻게든 병에 도움은 되지 않을까 해서요."
". . .
막연한 생각만으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지금 치료에 무슨 한계가 있는지, 그 한계에 한방치료가 도움될 여지는 있는지, 자네가 그런 일을 해낼만한 능력은 있는지...
이런 순서로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 자네는 준비가 좀 부족한 것 같군.
일단 공부부터 더 열심히 하고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어떨까?"
감사합니다.
권영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