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31 <적극적 경청>

@소통잡화점 831

<적극적 경청>


1.

“장염 뒤끝에 대변이 안 좋아서 왔어요. 과민성대장이 나빠진 건가요?

이럴 때 회 먹어도 괜찮을랑가...”

환자분과 대화할 때는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잠시만 한눈 팔면 여러 멘트가 휙휙 지나가 버린다. 버스 지나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2.

첫 단어를 장염으로 꺼냈다면, 그에 대한 정보부터 열심히 듣는다.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치료했으며, 지금은 어느 부분이 특히 불편한지 하나하나 경청한다.


장염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자잘한 내용은 터치하지 않는다. 약부터 말씀하시든 증상부터 말씀하시든 내가 알아서 챙겨 들으면 된다. 의학교과서에 나오는 순서대로 원인부터 말씀하시라며 다그칠 필요는 없다.


3.

갑자기 과민성대장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나왔다. 고속도로 잘 달리다가 엉뚱한 IC에서 깜박이를 켜는 순간이다. 한번 핸들을 꺾어 버리면 되돌리기 어렵다. 다시 원래 길로 돌아오려해도 국도 여기저기 한참 헤매야 한다. 말하던 주제에 대해 아직 마무리가 안되었다면, 즉각 ‘스톱’을 외쳐야 한다. 신나게 말씀하시는 중이라고 우유부단하게 가만 있으면 곤란하다.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지금 꺼낸 단어를 적당히 희석시키며 가야 할 길로 유도한다.

“아, 그 전에 과민성대장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이번 장염 약은 며칠이나 드셨는데요?”


4.

대화 중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안중요한 말이겠지 하고 적당히 넘기면 안 된다. 사소한 단어 하나가 판세를 뒤바꾸기도 한다.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그 말을 대충 끼워 넣으면 안 된다. 바로바로 질문해서 명확히 하자.


“장염약 받아와서 먹었소. 소화제하고 지사제하고 약이 또 하나 더 있었는디... 감기기운있다고 허니 파스노비라는 약도 주던디?”

/“아, 혹시 팍스노비드 아닌가요?”

의료진 설명이 빠졌을 수도 있고, 상대가 못 알아 들으셨을 수도 있다. 이제부터 환자분 진료는 코로나 후유증케어로 바뀌었다.


5.

난데없이 회 말씀을 왜 하셨을까. 지독한 회 매니아가 아닌 이상, 몸 안 좋을 때 회 못먹을까봐 걱정하실 리는 없다. 분명 뜬금없는 이 말씀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잘 모르면 역시 또 묻는다.

“갑자기 회 말씀은 왜 하셨나요?”

/“아, 나 칠순이라고 다음 주에 제주도여행을 잡아 놓았거든요.”


모든 사람이 손석희나 유재석처럼 말을 잘할 수는 없다. 상대가 산만하게 왔다 갔다 하더라도, 내가 중심잡고 들으면 맥락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상대눈치만 살피며 멍하니 듣고 있으면 절대 좋은 소통을 할 수 없다. 손에는 볼펜을 들고 상대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이상하다 싶을 때 바로바로 끼어들 용기도 필요하다. 적극적 경청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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