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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않아도 ‘묵묵히’ 해내는 능력 : 나만의 길을 가는 신독의 힘>
1.
“원장님 말씀 들으니 왜 큰 병원 가서 검사부터 해봐야 하는지 잘 알겠네요. 저는 감사하지만 다른 병원 가라는 설명을 30분이나 하셔서 어떡해요.”
30분 설명한다고 30만 원 받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자분 눈치를 보니 본인 의지대로 다른 병원을 향하실 듯했다. 차마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었다.
2.
한밤중 인적 없는 외딴 길을 운전하다가 신호등 빨간불이 들어온다. 사람도 없는데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정지선에 멈춘다.
닌자처럼 여기저기 숨어있던 사람들이 튀어나오며 폭죽을 터뜨리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축하합니다, 57번째 양심시민이 탄생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TV처럼 극적이지 않다. 내가 신호를 지키든 말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개구리 소리만 울린다. 그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나 스스로가 알 뿐이다.
타인이 알아봐 주길 바라고 멋진 행동을 해보지만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으면 점점 그 마음이 식어간다. 그저 남들보다 못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기준을 끌어내린다.
3.
“군자는 누가 보거나 듣지 않아도 처신을 조심하고 염려한다. 아무도 없을 때 자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법이니,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중용에서 ‘신독’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신독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혹은 알아주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한 기준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 보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신독과 프로정신은 꽤 비슷하다.
4.
행동노선을 정해 놓고는 남들이 박수 쳐주지 않는다며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남들의 관심이 목적이었다는 의미다.
자기 소신대로 해야 할 행동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남들 눈에 띄어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뜻이다.
“다들 어떻게든 진료비를 더 내게 하려고 안달인데 원장님은 참 의료인이시군요.”
그런 말 듣겠다고 30분간 목청 높이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가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내뱉으려는 노력만 한다. 환자가 실손보험이 있든 말든 돈이 많아 보이든 말든 내 판단이 달라지지 않도록 애쓴다.
5.
가끔은 무척 서운하다. 환자분이 내 성의에 기립박수 쳐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합리적인 말씀을 드려도 끝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분을 볼 때다.
그래도 나는 계속 내 뜻대로 ‘묵묵히’ 걸어가려고 한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3줄 요약
◯혼자 있을 때도 자기 기준을 잘 지키는 사람은 신독을 잘 구현하고 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신독’을 이룰 수 있다.
◯프로는 묵묵히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