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34 <전문가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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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속마음>


1.

“아니, 갑상선암 수술만하면 낫는다고 하셨잖아요.

앞으로 평생 호르몬제 먹어야 한다구요?”

열심히 수술한 의료진은 서운하고, 환자는 황당해하는 시추에이션이다. 간혹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큰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인과 환자가 속마음을 터놓고 소통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2.

‘무려 암을 고치는 상황인데, 당연히 암치료가 최우선 아닌가?’

의료진은 당연히 1순위에만 집착한다. 눈앞에 암이 나타났는데, 암치료보다 더 중요한 내용은 없다고 여긴다. 암의 우선순위가 높으니 환자도 당연히 암치료에만 초집중하리라 생각한다. 다른 자잘한 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할 때가 많다.


환자는 의사가 아니다. 의료인만큼 경우의 수 따져가며,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때도 많다. 암이 1순위라는 사실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모든 후유증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말은 아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너무도 당연한 1번 치료법 대신, 효과 떨어지는 2번을 원할 지도 모른다. 선택은 환자의 몫이다.


3.

‘암수술후유증은 어차피 감수해야 할 부분인데, 구태여 미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의료진은 선택지가 달라지는 정보에만 민감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마음을 접고 순순히 받아들인다. 상대방 환자도 본인처럼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려니 넘겨짚을 때가 많다.


환자는 불안하다. 지금껏 잘 지내다가 암이라는 병명을 듣는 자체로, 밤에 잠이 안 온다. 갑상선암이 엄청 순하다고는 하지만 암은 암 아닌가. 암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술하고 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알기만 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전문가인 내가 이 상황을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결정했는데, 구태여 양해를 구해야 하나?’

의료진은 절대 이기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돈 욕심을 내거나 명예를 위해 무리수를 둔 적도 없다. 여러 조건이 뒤섞인 이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대처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환자를 위한 힘든 결정을 했을 뿐이다.


환자는 의료진 머릿속 생각의 프로세스를 모른다. 갈림길에서 오른쪽길 대신 왼쪽 길을 선택한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 만일 의료진이 불친절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다면, 의혹은 순식간에 몇십배로 증폭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에게 부당함을 강요한다고 느끼기 쉽다.


5.

전문가는 정보의 비대칭성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환자가 아무리 인터넷을 뒤진다고 해도,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는 본인이 가진 절대적 위치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본인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좋겠다.


전문가를 상대하는 입장이라면, 당당히 내 권리를 누리자. 궁금하면 묻고, 이해가 안가면 또 묻자. 설명하다가 짜증내면 다른 전문가를 찾으면 그만이다. 본격적인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이런 태도라면, 본 게임에서 예기치 않은 차질이 생길 때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뻔하다. 어디까지나 선택권은 나에게 있고, 세상에 전문가는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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