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37
<설명할 수 있어야 아는 지식>
1.
“있잖아.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으면서,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그런 디자인...
그런 느낌적인 느낌...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겠지?”
모른다, 절대 모른다. 본인도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어버버하고 있는데, 남이 무슨 말인지 어떻게 아는가. 이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이, 나중에 꼭 딴소리하는 법이다.
2.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다 있다. 정확히 몰라서 그렇다. 잘 모르고 있으면서 본인은 안다고 착각한다. 상대에게 적당히 동의를 구하고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의미전달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싶은 그 심리를 이겨내야 한다. 오죽하면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는 조언까지 남겼다. 명쾌하게 알지 못하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 편이 백번 낫다.
3.
잘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말해도 된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런 쉬운 내용도 모르냐며 남들이 무시하지 않을까, 괜히 두려워할 필요없다. 시간이 지나면 한창때 달달 외웠던 근의 공식도 가물가물한 법이다. 잊어버려서 잘 모르겠다는데, 누가 핀잔을 주겠는가.
몰라서 묻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대신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이야 말로, 어설프게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선제공격하는 전술이 최고다.
4.
우등생 공부비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하우가 있다.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칠판에 쓰면서 주욱 설명하는 방법이다. 옆자리 친구에게 또는 엄마 아빠에게 3분 강의를 한다. 끊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설명을 끝냈다면, 그 내용을 확실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말로 꺼내는 아웃풋과정을 거치면, 머리속 내 지식의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금방 깨닫는다. 네임 펜으로 선명하게 쓰인 지식과 연필로 대충 쓴 글씨가 단번에 구별된다. 한번쯤 마주친 듯한 익숙함과 정말 확실히 아는 지식을 구분하는 능력이, 업무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메타인지’ 능력이라 부른다.
5.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체면을 위해 아는 척하는 행동도 일종의 거짓말이다. 방송에 나오는 분들의 멘트에서 이런 현상이 유독 심하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면, 눈치껏 적당히 구겨 넣는다. 영어나 프랑스어로 된 단어라면, 괜히 있어 보이니 더 집착한다.
신문칼럼을 봐도 어려운 말이 너무 많다. 그 분들은 평소 커피마시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때, 정말 그런 문장들을 쓰면서 대화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현학적인 용어들 대신, 지극히 평범한 단어들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쉬운 말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